경기 광명 한 농장에서 탈출한 사슴 5마리는 주변 농작물 등을 파괴하는 ‘꽃사슴’인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과 담당 지자체는 인명·재산 피해를 우려해 장비를 동원해 사슴 포획에 나섰다.
지난 15일쯤 꽃사슴이 탈출한 경기 광명의 한 농장. 변민철 기자
23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광명 옥길동 한 농장을 탈출한 사슴 5마리는 환경부가 지난해 12월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한 꽃사슴으로 전해졌다. 꽃사슴은 귀여운 외모로 시민들에게는 친숙하지만, 1950년대 경제적 목적 등으로 대만이나 일본에서 수입된 외래종이다.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데다 번식력이 좋아 농림업에 피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천 굴업도나 전남 안마도는 꽃사슴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 생태계가 파괴되기도 했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해 꽃사슴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고, 포획 허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꽃사슴 무리는 지난 15일쯤 우두머리 수컷이 울타리 문을 밀어 열면서 함께 농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사슴들은 현재 농장 주변에 있는 야산을 돌아다니는 상태로, 주민들도 사슴을 목격하고 있다. 농장 인근 주민 A씨(78)는“지금도 밭에 사슴 발자국 찍혀 있다. (사슴이) 돌아다니면 농사 다 망친다” 걱정했다.
소방대원들이 지난 22일 경기 광명의 한 농장을 탈출한 꽃사슴 포획 작업을 벌이고 있다. 변민철 기자
최근 들어 날씨가 따듯해지면서 주변 야산에 풀이나 먹이가 많아 농장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소방당국과 광명시는 혹시 모를 인명피해나 재산피해를 우려해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사슴 포획에 나섰다. 꽃사슴을 연구해 온 조재운 강원 양구 산양·사향노루센터장은 “5마리가 탈출했지만, 해가 지날수록 개체 수가 늘어날 확률이 높다. 군중이나 차량을 보면 달려드는 습성도 있어 인명피해 우려도 있으니 포획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전날 마취총 등을 이용해 포획을 시도했으나 사슴이 산속으로 도주해 오후 7시23분쯤 우선 철수했고, 이날 오전부터 작업을 재개했다. 농장주 B씨는 “사슴들이 지난해 11월에도 나갔다가 먹이활동 어려워 돌아왔었는데, 지금은 풀이 많아 안 돌아오는 것 같다. 농작물 피해가 생기면 보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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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늑구 이어 탈출한 사슴 SNS서 화제
대전 오월드를 빠져나갔다가 포획된 ‘늑구’에 이어 사슴 무리 이탈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온라인에서는 ‘동물 탈출이 유행됐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늑구는 지난 8일 오월드 사육시설 철조망 아래 땅을 파고 탈출했다가 열흘 만인 지난 17일 포획됐다. 이후 늑구는 ‘국민 늑대’로 불리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누리꾼들은 사슴 탈출 관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글에 “늑구가 인기 얻는 법을 동물들에게 공유했다” “사슴들아늑구처럼 집 나가서 고생하지 말고 돌아가라”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편으로는 야생동물을 가축으로 사육하거나 전시 용도로 이용하다 탈출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야생동물이 인간을 위해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되다 탈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동물이 탈출하면) 사람도, 동물도 모두 위험해질 수 있다. 야생동물을 인간 통제하에 두려는 시도들을 점점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