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가성비’ 식당을 알려주는 ‘거지맵’ 앱이 선풍적인 인기다. 지난달 20일 공개된 이후 한 달 여 만에 누적 방문자 수 130만 명(4월 23일 기준)을 돌파했다. ‘거지맵’에 등재되면 타지에서도 학생들이 몰리는 등 고물가시대 우리 사회 신종 현상이 됐다. 중앙일보가 지난 9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거지맵’ 개발자 최성수(34)씨를 만났다. 거지맵은 최씨가 사회에 나와 좌절하고 극복하고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찾아낸 해결책이자 돌파구였다.
지난 9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거지맵 개발자 최성수씨가 중앙일보와 만나 서비스 개발 배경과 자신의 삶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민정 기자
1992년생, 고졸, 구조조정. 최씨가 자신을 설명하며 꺼내 든 인생 키워드다. 최씨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대학에서 안경 광학을 전공하다 그만두고 일본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뚜렷한 목표 의식 없이 학위만 얻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일본에서 우연히 IT 서비스 개발 분야를 접했고 귀국 후 국비 지원 학원에 다니며 개발자가 됐다. 하지만 1년 만에 회사를 떠났고, 다시 들어간 회사에선 구조조정으로 나와야 했다. AI 시대, IT 개발자 수요가 줄면서 최씨의 직종이 직격탄을 맞았다.
거지맵 개발자 최성수씨가 지난 2019년 취업준비생 시절 직접 만든 구직 전단지. 사진 본인 제공
구조조정 당시 받은 위로금으로 살아낼 방도를 마련하던 최씨는 이때부터 극단적인 절약 생활을 시작했다. “할 수 있는 게 줄이는 거밖에 없었죠. 하루 식비를 1만~1만2000원으로 잡았어요.” 최씨는 초절약 생활 와중에도 최소한의 영양 식단은 지켜 가자고 마음먹었다. “계란 한 판으로 다채롭게 요리해 먹고, 도시락 싸서 다니고, 배달로 찌개를 시켜 먹어도 소분 했다가 야채 넣고 재조리해 나눠 먹고 했죠.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균형을 나름대로 고려하면서 나 자신을 위한 한 끼의 품격은 지키려 했어요.”
거지맵 개발자 최성수씨는 식비 절약을 위해 점심 도시락을 챙겨 다녔다. 사진 최성수 인스타그램 캡처
거지맵은 이런 생활의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외식 비용도 아까웠던 최씨는 싸고 괜찮은 식당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프로그램 개발자인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행동으로 옮겼다. 오픈 AI 코덱스를 활용해 지도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기반의 웹 페이지를 구현했다. 사용자 제보로 가성비 식당을 표시하는 단순한 서비스였지만,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내 카페에서 입소문을 타며 빠르게 퍼졌다. 이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기능을 보완하며 서비스를 키워 나갔다.
거지맵은 단순히 절약만을 위한 플랫폼이 아니었다. 그가 말하는 ‘거지맵 열풍’의 본질은 다르다. “거지맵을 이용하는 ‘자발적 거지’들은 궁상맞게 절약하는 게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고 건강하게 자산을 쌓아가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최씨 자신이 그랬다. 초절약으로 아낀 돈은 미국·국내 주식 투자의 시드머니(종잣돈)가 됐다.
현재 거지맵은 하단 광고로 월 100만 원 가량의 수익을 낸다. 서버 비용을 제외하면 큰 이익은 아니다. 그는 이용자 유지를 위해 핫딜, 커뮤니티 기능을 넣었고 리워드(보상) 기능 도입도 검토 중이다. 최근에는 배달,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각각 제휴·협업 제안도 받았다.
거지맵 화면 일부
“언제 다시 잘릴지 모르잖아요. 이제 일하는 것 자체가 기득권이 됐어요. 기성세대가 30년에 걸쳐 얻었던 노동 수익을 10년 안에 압축해야 하죠. 부동산 시장은 엄두조차 나지 않고 줄여서 투자라도 해야지 울고 있을 순 없잖아요.”
국가데이터처 3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청년 실업률은 7.4%였다. 2021년 1분기 9.9%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2030 세대가 택한 생존 방식은 초절약을 무기로 자산을 끌어모아 자본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거지맵은 단순한 ‘절약 지도’가 아니다. 잃어버린 성장과 고물가 속에서 오늘날 청년들이 선택한 가장 현실적인 생존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