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연봉이 눈에 띄게 올라가는 시점이 온다. 처음에는 기분이 좋다. “그래 나도 이제부터는 좀 돈을 모을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분명히 더 많이 벌고 있는데, 실제로 손에 남는 돈은 생각만큼 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부부합산 소득이 꿈의 금액인 여섯자리 약 $100,000을 넘어서면서 $120,000, $150,000 구간으로 올라가는 시점부터 이런 체감은 더 뚜렷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이때 “세금이 너무 많아서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간다. 미국 연방 세금은 총소득이 아니라 ‘과세 대상 소득’, 즉 AGI(Adjusted Gross Income)를 기준으로 계산된다. 이 말은 같은 연봉을 받아도 구조에 따라 세금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많은 직장인들은 이 부분을 놓친 채, 연봉이 늘어난 만큼 그대로 세금을 내고 있다.
실제 사례를 하나 보자. 시카고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김 씨는 연봉이 약 $120,000이다. 이직을 통해 연봉이 크게 올라 기분이 좋았지만, 첫 세금 보고 이후 예상보다 높은 세금에 당황했다. 특히 “이 정도면 많이 버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많이 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동료 박 씨도 비슷한 연봉을 받고 있었지만 상황은 달랐다. 박 씨는 401(k)를 활용해서 과세 소득을 낮추고 있었고, 일부 세금 혜택 구간도 유지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은 비슷한 연봉에도 불구하고 매년 수천 달러 이상의 수입과 세금의 차이를 만들고 있었다.
이 차이는 투자 능력이나 소비 습관 때문이 아니다. 단 하나, 소득 구조를 이해했느냐의 차이다. 연봉이 올라갈수록 중요한 것은 “얼마를 버느냐”가 아니라 “얼마가 과세 대상이 되느냐”다. 이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소득이 늘어날수록 세금 부담만 커지는 구조에 들어가게 된다. 반대로 이 구조를 이해하면 같은 연봉에서도 훨씬 효율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여기서 은퇴연금의 역할이 등장한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연금을 “나중에 쓰는 돈”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지금 당장의 세금을 바꾸는 도구다. 일정 금액을 은퇴연금에 불입하면 그만큼 과세 대상 소득이 줄어들고, 세금 구조 자체가 바뀔 수 있다. 이 차이는 단순한 절세를 넘어선다. 어떤 경우에는 세금 크레딧이나 공제 자격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은퇴연금은 단순한 저축이 아니라 “세금 구간을 조정하는 장치”다.
여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한다. 하지만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한 단계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FAFSA 기반 대학 학비 지원이다. “401(k)에 많이 넣으면 FAFSA에도 유리할까.” 그렇지 않다. FAFSA는 단순히 AGI만 보지 않는다. W-2에 표시된 은퇴연금 불입액은 ‘untaxed income’으로 간주되어 다시 소득에 더해진다. 즉, 세금에서는 줄어든 소득이 FAFSA에서는 그대로 반영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은퇴연금 불입만으로 FAFSA 결과가 크게 개선되지는 않는다. FAFSA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핵심은 “소득의 크기”보다 “소득의 형태”다. FAFSA에 가장 불리한 구조는 W-2 급여나 보너스, 투자 이익처럼 그대로 드러나는 과세 소득이다. 반대로 가장 유리한 구조는 사업소득 또는 비과세소득과 같이 어느 정도 통제 가능한 소득이다. (변호사,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