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자본수출이 늘면서 일본 같은 선진국형 국제수지 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도 경상수지에서 이자와 배당을 중심으로 한 본원소득수지 흑자 비중이 확대되며, 만성적인 서비스수지 적자를 보완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1970년대 중반 이후 경상수지 흑자를 배경으로 3조7000억 달러에 달하는 해외자산을 축적했다. 국내보다 높은 기대수익을 노려 기업·금융기관·개인의 직접투자와 증권투자가 확대됐다. 2000년대 들어 상품수지 흑자 폭은 축소됐지만, 본원소득수지가 늘어 무역대국에서 자본수출국이자 소득수취국으로 이행했다. 한국 역시 인구 고령화와 성장률 하락으로 국내 투자 매력도가 저하됐고 이는 기업의 해외투자와 개인과 기관의 증권투자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두 나라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점도 있다. 먼저, 한국의 해외투자는 장기간에 걸친 자산축적이라기보다는 포트폴리오 이동의 성격이 강하다. 일본은 경상수지 흑자로 축적한 외화를 기관 중심으로 미 국채 등에 안정적인 해외투자를 했지만, 한국은 개인투자자와 주식 중심의 증권투자다. 즉 일본은 국부 축적 과정, 한국은 자산운용 다변화 단계다.
김지윤 기자
제조업 국제경쟁력 면에서도 다르다. 1970~80년대 전성기 일본은 자본재를 중심으로 기술 면에서 글로벌 시장을 지배했다. 현재 한국은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산업에서 경쟁우위를 지니지만 전반적으로 중국·대만·일본 등과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상품수지 흑자 구조가 약화된다면 일본과 같은 안정적인 소득수지 흑자구조로 전환하기는 어렵다.
통화와 금융시스템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달러·유로와 더불어 주요 국제통화 가운데 하나인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작용해 일본은 높은 국가부채비율에도 불구하고 안정적 신인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원화는 변동성이 크고 위기 시 자본유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해외자산 확대가 환율과 금융 불안의 완충장치로 작용할 수 있지만, 때로는 리스크 전이 경로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선진국형 국제수지 구조로 이행하는 초기 단계로, 일본과 같은 성숙한 구조가 정착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일본의 본원소득수지 흑자는 GDP의 7~8%에 달해 낮은 성장률을 보완하지만 한국은 1% 남짓에 불과하다. 한국은 여전히 무역흑자가 소득수지를 뒷받침해야 하는 과정에 있다.
결국 관건은 반도체를 필두로 AI 대전환 국면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굳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와 본원수지 흑자 구조를 계속 이어간다면 장기 저성장에 대한 요긴한 대비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