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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趙甲濟 칼럼] ‘부정선거 음모론’이란 정신질환

중앙일보

2026.04.26 08:22 2026.04.2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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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 언론인, 조갑제닷컴·TV 대표

조갑제 언론인, 조갑제닷컴·TV 대표

공정선거를 부정선거로 모는 음모론은 희대의 독재자를 민족의 태양으로 받드는 주체 사상과 함께 반사회적 정신질환으로 분류할 만하다. 이 질환에 감염되면 인지(認知)능력의 저하로 행동이 기괴해진다. 공격적이고 수치심이 없어지고 무례하다.

음모론 세력의 간판격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대표로 있는 ‘자유와 혁신’이 전국 곳곳에 달아놓은 구호는 ‘중국개입 부정선거’, ‘윤 대통령 비상계엄=부정선거 수사’이다. 부정선거가 거짓말이니 중국 개입이란 말도 거짓말이다. 무관한 중국을 부정선거 배후로 모는 인종주의적 선동이기도 하다.

국내 언론은 거의 무시했지만 한 극우 매체에 의하면 황교안씨는 지난 3월 말 미국 텍사스주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총회에 초청되어 트럼프 행정부의 개입까지 요청했다. 그는 ‘윤석열 석방, 한국의 부정선거 관련자에 대한 미 정부의 직접 제재, 한미 양국의 부정선거 의혹 공동조사단 구성’ 등을 호소했다는 것이다.

극우 집회장에 꼭 등장하는 게 ‘STOP THE STEAL’과 이스라엘 국기이다. ‘표 도둑을 막자’라는 이 영문 구호는 2020년 11월 대선에서 크게 진 트럼프 진영이 만든 선동이다. 미제(美製) 거짓말을 수입, 조국에 침 뱉는 이들이 ‘애국’을 참칭한다. 일부 개신교도들은 예수를 핍박한 유대인들이 세운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다니면서 대한민국을 욕한다.


지난해 1월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사랑제일교회 주최로 열린 집회의 모습. 뉴스1

지난해 1월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사랑제일교회 주최로 열린 집회의 모습. 뉴스1

세계에서 부정선거음모론에 영혼을 판 대통령은 세 사람인데 한국과 브라질의 두 사람은 감옥에 가 있다.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당시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야당의 룰라 후보에게 패배하자 부정선거로 졌다고 선동, 친위 쿠데타를 꾀했다가 징역 27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2021년 1월 트럼프의 음모론에 선동된 폭도들이 미 의사당으로 난입, 5명이 죽고 140명이 다쳤다. 미국 수사당국은 1400여 명을 기소, 1000명 이상이 유죄 선고를 받았고, 그중 약 60%는 실형이었다. 트럼프는 작년에 취임 즉시 이들을 전원 사면, 풀어주었다.

성인 약 30%, 보수층 약 50% 감염
공격적 성향에 무례한 행동 일삼아
극우는 보수 일부 아닌 ‘보수의 적’
'비호감 국힘'은 음모론에 휘둘린 탓
트럼프가 감옥에 가지 않고 백악관에 또 들어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음모론에 집단 감염된 때문이다. 여러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공화당 지지자 중 60% 이상이 음모론을 믿는다. 작년 6월 한국 대통령 선거 직후의 여론조사들을 참고하면 유권자의 약 30%(1000만 명 이상)가 부정선거론에 속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이한 것은 진보층에선 5%만 속는데 보수층에선 50% 이상이다. 아마도 국민의힘 당원 중에선 미국 공화당처럼 60% 이상이 음모론자들일 것이다. 이들이 작년 대선도 부정선거라면서 그 결과에 김문수 후보가 승복했다고 격분, 전당대회에서 장동혁 지지로 돌았다.


장동혁 대표가 취임 이후 유일하게 성공한 일은 음모론자인 당무감사위원장을 앞세워 민주당을 상대로 열심히 싸우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것이다. 그 여파로 국힘 지지율이 폭락하고 민주당 지지율과 이재명 긍정평가는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음모론에 영혼이 접수된 윤석열은 발작적 계엄의 실패로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장동혁은 노선 변경을 거부하고 직진하다가 최근 국힘 지지율이 15%를 기록, 지방권력까지 갖다 바칠 태세이다(4월 23일자 전국지표조사). 그가 기나긴 방미 여정 중 귀국을 미루면서까지 만났던 사람이 ‘미 국무부 차관보’가 아니라 차관 비서실장인데, 트럼프의 부정선거론 추종자임이 밝혀졌다.


음모론자들과 치열하게 싸웠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들의 정체를 ‘보수 몰락을 위해 뛰는 내부총질러, 스파이, 프락치’로 규정한 바 있다. 민주당 호위무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헌법·사실·상식을 중시하는 진짜 보수 유권자들이 국힘의 극우파를 심판하는 것은 이들이 막아주고 있는 민주당 심판의 길을 여는 길이기도 하다. 극우는 보수의 일부가 아니고 보수의 적으로서 극좌와 통한다(말발굽 이론). 극좌와 극우는 무법·무능·무례한 점에서 같기 때문이다.

음모론에 감염된 사람이 가는 곳마다 반목과 분열이 빚어진다. 가족, 친구, 동창회, 사회단체, 정당, 나라를 갈라놓고 있는 그들의 무례함에 분노한 국민들이 이들에게 장악된 국힘을 비호감 1위 정당, 즉 ‘국민 밉상’으로 만들었다.

보수 지식인들은 2022년 이후 진영 논리에 빠져 박수부대로 전락함으로써 윤석열을 괴물로 만들었고 음모론을 키웠다. 특히 부정선거 음모론이 ‘평평 지구론’ 수준의 거짓인 줄 알면서도 ‘부정선거 의혹’이라고 격상시켜 3류 선동꾼들을 밀어준 기자들의 책임이 크다. ‘의혹’은 사실일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나 증거가 없을 때 쓰는 용어인데 황당한 거짓말에 그런 금칠을 해주어 얼마나 많은 영혼을 어둠의 세력에 넘겨주었던가? ‘음모론 비호 지식인 인명사전’을 만들어 ‘배운 무식자’들을 징계해야 할 판이다.

조갑제 언론인, 조갑제닷컴·TV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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