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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 법의식 조사’에 반영된 형사사법 불신

중앙일보

2026.04.26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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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청래 대표(오른쪽)가 국회에서 열린 '검찰 개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민주당 정청래 대표(오른쪽)가 국회에서 열린 '검찰 개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국책연구원인 한국법제연구원은 1991년부터 2년마다 ‘국민 법의식’을 조사해 오고 있다. 이 연구원이 지난해 7~9월 전국 34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법의 날(4월 25일)에 보도된 ‘2025년 국민 법의식 실태조사’를 보면 수사·재판 등 형사사법 전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최근 2년 동안 크게 높아졌다.

법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가장 눈에 띄었다. ‘법이 공정하게 집행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2023년 52.9%에서 2025년엔 41.1%로 폭락했다. ‘모든 국민이 공정한 재판을 받느냐’는 질문에도 긍정 응답은 70.6%에서 2년 사이 62.2%로 급락했다. 공정한 법 집행과 공정한 재판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흔들린다는 의미다.

형사사법 절차에 대한 팽배한 불신도 확인됐다. ‘범죄자가 합당한 법의 심판을 받는다’고 긍정한 비율은 66.7%에서 54.9%로 떨어졌다. ‘구속·불구속 수사 기준이 공평하다’는 응답은 58.3%에서 41.5%로 낮아졌다.

특히 2021년부터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형사사건 처리가 지연된다는 불만을 반영하듯 ‘형사사건의 신속·효율 처리’에 긍정한 응답자는 64%에서 52.1%로 줄었다.

민주당이 이런 조사 결과를 검찰 개혁과 위헌적 ‘사법 3법’을 강행해야 할 근거라고 주장한다면 아전인수다. 이번 조사에서 ‘국회의 법률안 심의에 국민 의견을 잘 반영한다’는 질문에 긍정 응답은 겨우 37.1%(2023년엔 54.3%)였으니 오히려 입법부의 각성이 필요하다.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검찰청 폐지 방침이 확정된 상태다. 형사사법 현장의 혼란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경찰과 검찰의 사건 처리가 대폭 지연되면서 이해당사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가 하면, 재판 결과나 과정을 놓고 판사를 압박하고 심지어 인신공격까지 하는 일도 일어났다. 과거엔 없던 일이다.

형사사법에 대한 국민 신뢰가 2년 동안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조사를 결코 가볍게 받아들이면 안 된다. 범죄자가 법에 따라 처벌받고 피해자가 신속히 구제받아야 사법정의가 구현되는 사회인데, 그렇지 않다고 여기는 국민이 늘어났다. 중대한 위기 신호로 인식하고 형사소송법 개정 등 대책을 강구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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