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71%로 전망했다. 사상 첫 2% 아래로 내려왔던 지난해(1.92%)보다 0.21%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내년도 잠재성장률 예상치는 1.57%다. 전망대로라면 2012년(3.63%) 이후 15년째 하락이다. 1%대 잠재성장률의 고착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 사회가 ‘반도체 초호황의 착시’에 취해 있는 사이 경제의 실상은 점점 ‘저성장의 늪’으로 가라앉고 있는 것이다.
경제가 성숙해지면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게 일반적이라지만, 모든 나라가 그런 게 아니다. 게다가 우리는 하락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지난해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994년부터 2024년까지 30년간 6%포인트 하락했다. 정권마다 잠재성장률이 1%포인트씩 떨어진 셈이다. 이대로 가면 잠재성장률 마이너스(-) 상황이 불가피해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적극적인 구조개혁이 없으면 2030년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0%대에 진입하고, 2040년대 초반에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잠재성장률 3% 달성을 목표로 내건 이재명 정부는 올해를 잠재성장률 반등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천명했다. 1분기의 ‘깜짝 성장’(1.7%)에 고무된 기색이다. 하지만 반도체 호황과 환율 효과, 지난해의 기저효과 등을 감안하면 1분기 성장률이 한국 경제의 진짜 실력이라고 하기엔 무리다.
한국 경제는 지금 저출산과 고령화 속에 기술혁신까지 둔화하며 산업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 노동시장 경직성은 풀릴 기미가 없는데 현 정부 들어 노란봉투법 등 새로운 규제까지 얹어졌다. 한국이 강점인 제조업 중 상당 부문은 품질·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에 추월당해 쇠락하고 있고, 인공지능(AI) 충격으로 20·30 청년층의 일자리가 급속도로 줄고 있다. 이런 상황의 정공법은 과감한 구조개혁을 통해 경쟁력을 되살리는 것뿐이다. 그런데도 정부 정책은 여전히 단기적 경기 부양책과 증시 부양 위주로 흐르고 있다.
반도체 착시에서 벗어나 지금 당장 대대적인 경제 체질 혁신에 나서지 않으면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 그것이 OECD의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