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우치동물원 코끼리사 앞에서 방문객들이 코끼리 모녀가 목욕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황희규 기자
지난 26일 오후 2시 광주광역시 북구 생용동 우치공원 내 동물원. 사육사가 코끼리사 안에서 코끼리 모녀를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있었다.
사육사가 “엄마 코끼리 ‘봉이’가 딸 ‘우리’에게 먹이를 양보하느라 조금 말랐다”고 설명하자 방문객들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관람객들은 코끼리 모녀가 사과, 당근, 건초, 호박 등 하루 130㎏의 식사를 한다는 설명에 깜짝 놀랐다. 또 사육사가 뿌리는 물로 목욕을 즐기는 코끼리 모녀를 보고는 ‘우와’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즐거워했다.
고상한(39·광주광역시)씨는 “동물들의 사연을 듣고 좋아하는 딸의 모습을 보니 흐뭇했다”며 “각 사육장 앞에 동물 이름과 함께 다양한 사연을 적어놓은 안내 팻말이 있어 더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우치동물원 코끼리사 앞에서 사육사가 방문객들에게 코끼리 모녀의 사연을 설명하고 있다. 황희규 기자
이날 진행된 ‘코끼리 모녀의 목욕시간’은 우치동물원이 운영 중인 ‘동물과 사는 남자’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동물과 사는 남자는 수의사와 사육사가 참여한 생태 설명회다. 사육사들과 수의사들이 호랑이와 코끼리, 기린, 낙타, 들소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으로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패러디했다.
동물과 사는 남자는 사육사들이 실내동물원에서 살며 흙을 밟아본 적 없는 호랑이를 구조한 사연, 기린의 목이 시설에 긁혀 상처를 치료한 뒤 시설을 보수한 사연 등을 소개하고 있다. 또 주 1회 ‘동물원 회진’을 통해 수의사와 함께 동물들이 건강검진을 받는 현장도 체험할 수 있다.
우치동물원이 ‘치유의 동물원’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방문객도 급증하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방문객은 11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명)보다 2.1배가량 늘었다. 특히 지난해 연간 방문객은 전년(2024년) 대비 1.4배 늘어난 31만명을 기록하며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광주광역시 북구 우치동물원 호랑이사 앞에 구조된 호랑이 ‘호광이’ 사연이 적힌 안내 팻말이 설치돼 있다. 사진 우치동물원
우치동물원은 지난해 6월 호남권 거점동물원으로 지정된 이후 공공 동물 의료 기능도 확대하고 있다. 전남 해남·여수·순천과 제주 등지의 동물 진료와 수술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대전오월드 늑대 ‘늑구’ 탈출 사건 당시에도 소속 수의사들이 긴급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우치동물원은 또 웅담 채취용 농가에서 구조된 사육 곰 4마리를 보호하고 있고, 부천 한 실내동물원에서 구조된 벵갈호랑이 ‘호광이’에게는 메디컬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또한 국내 최초로 뱀 정관 수술에 성공하는 등 특수동물 관리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성창민 우치공원 관리사무소장은 “방문객 증가는 단순 관람 중심 운영에서 벗어나 동물 구조와 치료, 회복 과정을 시민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동물복지와 교육 기능을 강화해 시민과 함께하는 동물원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우치동물원은 지난 1992년 개장한 놀이공원 ‘패밀리랜드’ 내 조성된 12만1302㎡ 규모의 동물원이다. 1991년 광주 남구 사직공원에 있었던 동물원을 이전해 조성한 곳으로, 대표 동물인 코끼리와 호랑이 등을 포함해 포유류와 조류·파충류 등 총 89종 661마리를 보유하고 있다.
26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우치동물원에서 방문객들이 하마사 외벽에 적힌 하마 '히뽀'의 추모글을 보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황희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