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나가 2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메모리얼 파크 골프코스에서 열린 LPGA 투어 메이저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12언더파 276타,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메이저 개인 최고 성적이었다. 윤이나는 경기 후 "요즘 경기 흐름이 잘 맞는 느낌이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했는데 잘 통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26개 대회에서 톱10이 한 번에 그쳤던 윤이나는 올해 7개 대회에서 세 차례 톱10에 들었다. 상금 랭킹 6위, 올해의 선수상 9위, CME 글로브 포인트 14위. 성장세가 뚜렷하다.
메이저 대회 리더보드에 올라가면 스포트라이트도 함께 켜진다. 2022년 KLPGA 투어에서 벌어진 오구(誤球) 플레이·스코어카드 고의 오기·늑장 신고 사건이 미국 언론에서 처음으로 조명됐다.
2라운드 후 7언더파 공동 3위에 오르자 골프다이제스트는 '셰브론 챔피언십 우승 후보인 그녀는 인생을 뒤흔든 부정행위 스캔들을 딛고 일어서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다음 날 골프위크는 '셰브론 우승 경쟁에 뛰어든 LPGA 신예 스타, 부정행위 스캔들에 입을 열다'는 기사를 썼다. 윤이나는 인터뷰에 응해 통역을 통해 당시 상황을 직접 설명했다.
윤이나가 셰브런 챔피언십에서 경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LPGA 투어에 뿌리를 내려야 하는 윤이나로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다. 피할 수도 있었겠지만 정면돌파한 건 잘한 일이다. 내용도 비교적 솔직하게 잘 얘기했다.
다만 일부는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한국 골프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인 만큼 기록으로 남겨야 하고, 당사자인 캐디의 명예와도 직결된 문제다.
골프위크 기사에 따르면 윤이나는 오구 상황에서 "캐디가 치라고 했다(My caddie said to hit it)"고 말했다. 그런데 윤이나는 해당 홀에서 볼을 칠 때는 공이 바뀐 걸 몰랐다고 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윤이나 측은 "볼이 바뀐 걸 알게 된 후 캐디가 '어차피 컷탈락이니 신고할 필요 없다'고 했다"고 주장해왔는데, 통역 과정에서 이 말이 와전됐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당시 국내 일부 보도는 캐디가 오히려 "2벌타로 마무리되는 문제"라며 자진신고를 권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캐디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기사는 "다음 홀 티에서야 내 공이 아닌 것을 알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시 윤이나 본인과 아버지가 각각 발표한 사과문에는 그린에 올라가서야 공이 바뀐 것을 알게 됐다고 명시돼 있다. 그린과 다음 홀 티는 신고 가능한 시간적 여유가 다르다. 사소해 보이지만 사실 관계에서 의미 있는 차이다.
자진신고의 배경도 기사에서는 양심에 의한 것으로 그려졌다. 국내에서는 다른 시각도 적지 않았다. 캐디 해고 직후 발설을 우려해 먼저 신고했다는 설, 캐디들 사이에 소문이 퍼지며 신고를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는 설이 당시 언론에서 제기됐다.
윤이나가 아픈 과거를 꺼내 공개적으로 말한 것은 잘 한 일이다. 메이저 우승 경쟁 중에 받은 질문인 만큼 경황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대목은 짚어야 한다. 윤이나는 골프위크 인터뷰에서 "캐디가 한 말을 사람들이 사실로 믿었고, 그게 진실이 돼버려서 화가 많이 났다"고 했다. 그 말이 이번엔 영어로, 더 넓은 세상에 퍼지고 있다. 윤이나가 한 말 중에 그런 말은 없는지 돌아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