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후 서울 강북구 북한산우이역 일대는 반소매 티셔츠에 배낭을 멘 외국인들로 북적였다. 친구 2명과 방문한 미국인 엠마(27)는 “날씨가 너무 좋아 북한산을 찾았다”며 “도심과 가까운 곳에서 산과 계곡을 즐길 수 있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서울의 주요 명산과 사계절 축제가 외국인 관광객을 붙잡는 핵심 콘텐트로 자리 잡고 있다. 명소를 빠르게 훑고 지나는 대신 머물며 소비하는 ‘체류형 관광’이 뜨면서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서울 등산의 인기는 상당하다. 북한산·북악산·관악산 3곳의 서울 등산관광센터를 방문한 외국인 이용객 수치로도 확인된다. 해당 센터는 산을 찾는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등산화와 스틱 등 장비를 대여해주고 코스 안내, 안전 교육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21일까지 3곳 등산관광센터를 찾은 외국인은 5603명으로 전년 동기(3954명) 대비 41.7% 증가했다.
등산 관광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관광 트렌드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주요 명소만 잠깐 들렀다 가는 ‘방문형 관광’에서 다양한 지역과 체험을 찾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다. 2019년과 2025년 서울관광재단의 ‘서울 관광 실태조사’를 비교해 보면 명동과 홍대가 여전히 주요 방문지로 꼽히나 2025년의 경우 동대문·남대문시장과 서울숲·성수 등이 상위 10개 방문지에 새롭게 포함되며 관광 동선이 다변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정근영 디자이너
서울시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관광 정책 방향을 ‘체류형 관광’으로 전환하고 있다. 기존 패키지 중심의 단기 관광은 체류 기간이 짧고 숙박업소와 여행사에 소비가 집중돼 지역 경제 전반으로의 확산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게 시의 분석이다.
반면 체험형 관광은 관광객의 체류 시간이 증가하면서 소비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 외국인 관광객의 체류 기간과 1인당 지출액 등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며, 관광 만족도 역시 개선되는 흐름이다. 서울시는 이를 토대로 ‘투어노믹스(tourism+economics)’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른바 ‘3·3·7·7 관광 비전’으로,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 1인당 지출 300만원, 평균 체류일 수 7일, 재방문율 70% 달성을 목표로 한다.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2026 서울스프링페스티벌을 찾은 시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스1
‘365 펀 서울’을 테마로 한 사계절 축제도 체류형 관광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축이다. 지난 10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열리는 ‘서울스프링페스티벌’에서는 K컬처 공연과 드론·레이저쇼, 수상 회전목마 등 이색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여름에는 수영·자전거·달리기를 결합한 참여형 행사인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가 예정돼 있다. 외국인도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과 코스를 다양화해 체류기간을 늘리고 재방문을 유도할 계획이다. 가을에는 세계불꽃축제와 서울미식주간 등을 연계한 ‘서울어텀페스티벌’도 준비 중이다.
김명주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서울 관광은 단기 방문 중심에서 벗어나 체류·소비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며 “체험형 콘텐트 확대를 통해 관광객들이 더 오래 머물며 다양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서울의 일상이 세계인의 즐거움이 되고 경제 활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