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 테스트 통해 소음·진동까지 'BSR' 정밀 점검 급제동·조향·오프로드 등 완성차 안전성 최종 검증 로봇이 만든 차량 사람 눈·손 거쳐야만 비로소 신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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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현대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가다
1. AI·로봇 결합 첨단 생산 공정부터 인력 양성까지
2. 품질·성능관리 현장 QC트랙·오프로드 체험기
품질 확인 담당 직원이 테스트 트랙에서 아이오닉 9 차량을 운전하고 있다.
차가 공장을 빠져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향하는 곳은 따로 있었다. 생산 라인을 따라 완성된 차들은 다시 한번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끝에는 작은 시험장처럼 보이는 공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23일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전국 미디어를 대상으로 진행한 견학 행사에서 차량 제조 공정 견학 직후 이동한 테스트 트랙에는 20여 대의 아이오닉 5·9 차들이 노랑선 뒤로 줄지어 대기 중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품질 체크 라인은, 말 그대로 출고 전 마지막 관문이었다.
품질 관리를 총괄하는 한 관계자는 “BSR(Buzz·Squeak·Rattle)을 제외하면, 95%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가 말한 BSR은 미세한 잡소음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즉, 눈에 보이는 기능 이상뿐 아니라 소리와 진동 등 ‘느낌’까지 걸러내는 과정이라는 뜻이다.
이곳에서는 하루에 약 15~17명의 검사 인력이 투입된다. 한 명이 하루에 담당하는 차량은 20~25대 수준. 숫자만 보면 지루한 단순 반복 작업처럼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현장은 전혀 달랐다. 차량 한 대가 들어오면, 그 즉시 짧지만 밀도 높은 ‘올라운드’ 점검 루틴이 시작된다.
미디어 관계자들은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현장 직원과 차량에 동승해 체크 과정을 직접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장 먼저 확인하는 건 평상시 주행에 사용되는 기본적인 기능이었다. 디지털 키로 원격 제어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인포테인먼트 스크린과 라디오, 공조 시스템, 와이퍼 등 장비가 정상인지 빠르게 점검한다.
차량의 제조 완성도를 시험하기 위한 울퉁불퉁한 노면.
이후 바퀴를 움직여 본격적인 검사에 나섰다. 차는 곧장 울퉁불퉁한 노면 위로 올라섰다. 일부러 만든 거친 표면을 지나며 실내에서 들리는 소음을 확인하는 구간이다. 작은 진동 하나, 미세한 잡음 하나까지 놓치지 않기 위한 과정이다.
코스 또한 단순하지 않았다. S자 급커브 구간, 자갈 노면을 통해 차량의 기본적인 주행 안정성을 검증하는 단계를 거쳐야 했다.
이어지는 터널에서는 경적을 울려 음향 상태를 점검하고, 통과 후 직선 구간에서는 위급한 상황에서 사고 회피능력을 검사하는 급제동 테스트가 이어졌다.
우회전 후 진입한 원형 코스에서는 핸들을 끝까지 꺾은 뒤 복원되는지를 확인했다. 조향이 자연스럽게 돌아오는지, 이질감은 없는지 보는 과정이다. 이어지는 언덕 코스에서는 차량의 체급이 드러났다. 가파른 경사에서 정지 후 다시 출발하며 오토홀드 기능과 제동 안정성을 점검했고, 내리막을 통과해서는 급가속과 함께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 보조 등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연속적으로 테스트했다.
차량 한 대가 이 모든 구간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그 안에 담긴 검증 항목은 매우 촘촘했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나야 비로소 차량은 출고 가능 판정을 받는다.
공장 안에서 본 자동화와 로봇이 차를 만드는 과정이었다면, 이 테스트 트랙은 사람이 차를 완성하는 과정에 가까웠다. 눈에 보이는 결함뿐 아니라, 운전자가 느끼게 될 작은 차이까지 걸러내는 곳. 짧은 주행이었지만, 현장에서 느껴진 건 자동차는 생산 라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한 번 더 달려본 뒤에야 완성된다는 것이었다.
검사 과정을 직접 선보인 현장 직원은 “HMGMA에서 출고되는 모든 차량은 반드시 이 과정을 거친다”며 “수개월에 걸쳐 소음부터 주행 안정성까지 전부 사람이 직접 확인하고 문제를 잡아낼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하는 숙련된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품질 테스트 체험 이후 참석자들은 HMGMA를 떠나 이 같은 세심한 검증을 거친 차들의 성능을 직접 경험할 기회가 주어졌다.
별도로 마련된 오프로드 코스에서는 잔디 언덕과 숲길을 지나자 흙길로 이어지는 구간이 나왔다. 흙먼지가 휘날리는 이곳은 마치 짧은 랠리 트랙처럼 구성돼 있었다.
오프로드 트랙에서 아이오닉 5 XRT 모델이 코너를 도는 모습.
트랙에는 오프로드 전용 모델인 현대 아이오닉 5 XRT 모델이 투입됐다. 차고를 높인 이 차량은 샌드 모드로 설정된 상태에서 코스를 달렸다. 직각에 가까운 코너와 U자형 구간이 이어졌고, 일부 구간에서는 의도적으로 슬립을 유도하며 차량의 제어 능력을 확인했다.
흙길 위에서 직접 운전한 차량은 순간적으로 미끄러지다가도 곧바로 자세를 잡았다. 전자 제어 시스템이 개입해 균형을 되찾는 과정이 체감될 정도였다.
총 세 번의 랩타임 측정이 진행됐고, 구간마다 안정성 테스트를 마친 출고 차량의 반응과 안정성이 반복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