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법원의 확정재판을 취소할지 판단할 재판소원 1호 사건을 지정했다. 지난달 12일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된 이후 525건 가운데 본안 판단 절차에 들어간 첫 사례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 평의 결과, 제약사 GC녹십자가 대한민국 대법원을 상대로 낸 재판취소 사건(2026헌마716)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헌재에 따르면 이날까지 여섯 차례 사전심사에 회부된 사건은 총 266건이며, 이 가운데 265건은 각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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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입찰 담합 사건 쟁점…“심리불속행 기각은 재판청구권 침해”
앞서 GC녹십자는 질병관리청이 2017년 4월부터 2019년 1월까지 발주한 HPV4(가다실) 백신 구매 입찰 3건에서 백신 도매상들을 들러리로 세워 입찰에 참여한 뒤 1순위로 낙찰받아 담합을 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을 받았다.
녹십자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청구를 기각했다.
이후 녹십자가 다시 상고했지만, 대한민국 대법원은 지난 2월 12일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형사 사건을 제외한 소송에서 2심 판결에 법리적 오류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녹십자 측은 상고 이유에서 “원심(서울고법) 판결이 입찰 구조상 실질적 경쟁 관계가 존재하지 않아 경쟁 제한성이 부정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형사판결과 상반된 해석을 하고, 공동행위의 경쟁 제한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해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이에 녹십자 측은 지난달 16일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상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기각할 수 없는 사건임에도 대법원이 해당 판결을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해 재판청구권과 재산권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이번 결정은 지정재판부의 사전심사를 거쳐 내려졌다. 헌법재판소법 제72조에 따르면 재판소원을 포함한 헌법소원 사건은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가 사전심사를 맡는다. 이를 지원하는 재판소원 전담 사전심사부는 헌법연구관 8명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사전심사 단계에서는 청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건은 각하되고, 청구가 적법하다고 판단되면 재판관 전원이 심리하는 전원재판부에 회부된다. 또 헌법소원 심판 청구 후 30일 이내 각하 결정이 없으면 해당 사건은 자동으로 심판에 회부된 것으로 간주된다.
헌재가 이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함에 따라 재판소원 제도 도입 이후 첫 본안 심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