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투쟁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며 다음달 총파업을 예고한 삼성전자 노조위원장이 동남아시아로 휴가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안팎에선 해외여행 시점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내달 총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은 최근 ‘동남아 휴양지’ 태국으로 일주일 일정의 휴가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 노조 조합원 4만여명은 지난 23일 평택사업장 일대 왕복 8차로 도로에 모여 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회사의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 성과급 상한제 폐지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요구안에 대해 사측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음 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노조의 핵심 요구안은 성과급 산정 방식의 변화다. 현재 연봉의 50%로 설정된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선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하자는 것이다. 올해 삼성전자의 예상 영업이익이 약 3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재원은 45조원이다.
노조는 현재 7만4000여명의 조합원이 가입해 삼성전자의 첫 과반 노조가 됐으며, 지난 15일 고용노동부의 확인 절차를 거쳐 법적 근로자 대표 지위를 확보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 결의대회에서 “반도체 세계 1위를 만들고 생산하고 공정을 개선하고 밤을 새워 수율을 높인 건 경영진이 아닌 조합원 여러분”이라며 “다음 달 파업으로 (생산을) 18일을 멈추면 18조원에 가까운 공백이 생긴다. 이것이 숫자로 보일 수 있는 우리의 가치”라고 주장했다.
반도체 업계와 학계 일각에서는 파업에 따른 손실 규모로 10조~30조원에서 장기화 때는 최대 50조원까지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7일 기자간담회서 삼성전자 노사양측에 “삼성전자의 이익이 과연 경영진과 노동자만의 결실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성숙하고 지혜로운 판단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결실에는) 수많은 인프라, 협력기업, 400만 명이 넘는 소액주주와 국민연금 등이 모두 연관돼 있다”며 “현재 발생한 이익을 내부 구성원들끼리만 나눠도 되는 이슈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최 위원장이 전날 노조 홈페이지에 올린 ‘4·23 투쟁 결의대회를 마치며’라는 제목의 글도 이번 휴가와 맞물려 논란이다. 최 위원장은 이 글에서 “다가올 총파업에서조차 끝내 사측의 편에 서서 동료들의 헌신을 방해한다면 더 이상 당신들을 동료로 바라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조합원들의 참여를 요구했다. 하지만 해당 글이 작성된 시점이 휴가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그는 이날 입장문에서 “시황만으로 좌우된다는 경영 실적이 우리 조합원들의 헌신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결의대회로 보여줬다”며 “총파업 18일의 기간에 가져올 30조원의 공백은 절대 가볍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최 위원장의 휴가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국가경제를 볼모로 잡고”,“어이가 없다는 말로도 표현이 안 된다”,“파업하자 하고 동남아 여행가네”,“원래 여행 일정이 잡혀있었어도 취소해야 하는 거아닌가” 등 비판 글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