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9월 2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 여사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사건 첫 재판에 출석해 눈을 감고 있다. 뉴스1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통일교 금품수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건희 여사가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김 여사는 1심에서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받았으나, 앞서 무죄 판단을 받았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샤넬 가방 수수 부분이 유죄로 뒤집히면서 형이 크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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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김 여사, 주가조작 용인 넘어 가담 인정”
김주원 기자
서울고법 형사15-2부(신종오·성언주·원익선 고법판사)는 28일 오후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 여사에게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4년 및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통일교 측으로부터 받은 그라프 목걸이의 몰수와 2094만원 추징도 명령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김 여사에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동정범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시세조종 행위를 용인함을 넘어서 공동 실행의 의사를 갖고 가담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공동정범이 인정된다”고 했다. 김 여사가 공범으로 인정되는 이상 방조범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측에 미래에셋 계좌를 넘겨주면서 시세조종에 자금이 사용될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알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의 당시 주식거래 경력이 최소 5년 이상으로, 전문적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거래량을 고려해 매매를 결정할 정도의 경험이 있었다고 봤다.
28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김건희 여사의 항소심 선고공판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김 여사는 징역4년을 선고 받았다. 뉴스1
수익의 40%를 약정한 점도 유죄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이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친분이 있던 점을 언급하며 “블랙펄인베스트먼트를 거치지 않더라도 권씨로부터 직접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도 수익의 40%를 약정한 것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주가상승에 대한 대가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20억원은 수익 확신이 없는 한 제공하기에는 큰 금액인 점, 수익 실현 등에 대한 구체적 약정이 없었던 점 등도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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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과 달리 “주가조작 공소시효 지나지 않았다”
김건희 여사가 28일 오후 3시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선고 내용을 듣고 있다. 사진 서울고법
일부 범행의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다는 원심 판단도 뒤집혔다. 앞서 1심에서는 주가조작 범행이 세 차례에 나눠 이뤄졌다고 보고, 이 중 2차례는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봤었다.
반면 항소심에서는 “피고인은 2011년 1월 13일 수익 정산 후 공모관계에서 이탈했지만, 주가조작 행위는 2012년 12월 5일까지 계속됐다”며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로 일정 기간 계속해서 행해진 것이므로 포괄해 하나의 죄가 성립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2012년 12월 5일을 기준으로 하면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김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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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백 수수 혐의도 유죄로 뒤집혀
1심에서 무죄 선고했던 802만원 샤넬백 가방 수수 혐의도 유죄로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단순히 향후 친분 관계 형성에 관한 막연한 기대감 속에서 시가 800만원 상당의 금품 수수가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2022년 4월 7일자 첫 번째 가방 수수에 대해서는 통일교 측의 명시적 청탁이 없다고 보고 1271만원 샤넬 가방, 6220만원 그라프 목걸이 수수만 유죄 판단했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3번의 금품 전달은 청탁 내용이 보다 다양화, 구체화되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고 이를 포괄일죄로 판단했다. 가방 수수 이전에 이미 윤 대통령에게 UN 제5사무국 유치 등 통일교 현안을 전달했고, 김 여사가 당선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시한 점 등이 고려됐다.
김 여사가 ‘건희2’ 번호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 전화해 ‘비밀리에 쓰는 번호’라고 말한 것도 “청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이어 “피고인은 통일교 차원에서 새로운 정부에 대한 협조를 바라는 입장이었고, 윤씨는 남편인 윤석열에 대한 피고인의 영향력 행사를 바라는 입장이었다”며 “서로 상대방의 의사를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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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제공받은 건 무죄
28일 오후 3시 서울고등법원에서 김건희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항소심 선고기일이 열리고 있다. 사진 서울고법
다만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여론조사는 명씨 스스로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 등 필요에 따라 실시되었거나 미래한국연구소가 영업활동의 일환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로 보일 뿐”이라며 “윤 전 대통령 부부의 협의나 의뢰로 실시된 것으로 추단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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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 크고, 대통령과 함께 나라 대표 상징하는 존재”
재판부는 “피고인은 시세조종 행위에 가담했음에도 죄책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또 알선수재에 대해 “대통령의 배우자는 광범위한 권한이 부여된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조언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서 그 영향력이 클 뿐만 아니라 그 스스로도 대통령과 함께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존재로서의 의미를 갖는다”며 “그럼에도 오히려 그 지위를 이용해 알선수재 행위를 했다”고 꾸짖었다.
이날 검은 정장을 입고 안경과 마스크를 쓴 채 법정에 나온 김 여사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선고를 들었다. 불안한 표정으로 변호인들과 귓속말을 나누거나 책상 아래로 메모를 건네기도 했다. 김 여사는 재판부가 징역 4년을 선고하는 동안은 무표정으로 선고 내용을 들었지만, 퇴정 명령 후에는 변호인들과 대화 후 눈썹을 찡그린 채 법정에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