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는 올해 스마트가전공학과를 신설했다. 경남 창원의 가전 공장을 운영하는 LG전자와 함께 설립한 계약학과다. 학생들은 맞춤형 교육과정을 이수한 뒤 졸업과 동시에 LG전자 취업이 확정된다. 재학 기간 등록금 전액과 별도의 장학금도 받는다. 이 대학에 대기업 계약학과를 개설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엔 정부의 거점국립대 육성 구상(‘서울대 10개 만들기’)이 디딤돌 역할을 했다. 계약학과는 대개 학과 운영비용 전액을 기업이 부담하지만, 부산대는 정부 지원 등을 토대로 기업 부담을 줄였다. 학과장인 정철웅 교수는 “학과 교수진과 LG전자 연구진이 함께 연구소도 운영하게 된다”며 “맞춤형 전문 인재를 육성하는 동시에 스마트 가전의 핵심 기술 개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도 계약학과를 추진 중이다.
수도권 쏠림과 학령인구 감소 속에 부산대처럼 지역 산업과 맞닿은 분야에서 활로를 찾는 지역 국립대들이 늘고 있다. 취업의 질을 보장해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지역 내 기업들과의 협력으로 교육의 질과 연구 역량 모두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거점 국립대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을 통해 우수 인재의 지역 상주, 지역 대학의 경쟁력 제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는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 등의 정부 사업과도 닿아있다.
경남 진주·통영·창원에 캠퍼스를 둔 경상국립대는 지난 21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소재지 사천에 또 하나의 캠퍼스를 열었다. 올해부터 경상국립대는 KAI와 함께 우주항공 분야 글로벌 학·석사 연계과정을 운영하는데, 졸업생은 KAI에 입사할 수 있다. 지역이란 물리적 한계를 기업 및 국내외 우수 대학과의 협력으로 극복한다는 게 경상국립대의 구상이다. 김윤수 항공우주공학부 교수는 “학부 재학 중 우수 학생들을 1년간 서울대의 관련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며 “석사 과정 3~4명이 프랑스 인사툴루즈대에서 복수학위를 취득할 수 있게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쏠림 탓에 다소 활력을 잃었던 기존 계약학과도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경북대는 내년부터 스마트폰 개발에 특화된 학·석사 통합과정(5년)을 운영한다. 2011년 시작된 삼성전자와의 계약학과(모바일공학전공)를 대학원 과정으로 확장했다. 아울러 정부 지원을 토대로 학내 연구소를 설립하고, 지역 내 스마트폰 업체들과의 협업 확대한다.
우수 기업 취업이 보장되는 계약학과 확대는 정부가 그린 국립대 육성안의 핵심 중 하나다. 최근 교육부는 지난해 교당 평균 42명에 그친 거점국립대 계약학과 정원을 수도권 대학에 맞먹는 80명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계약학과가 국립대의 산학연 성장을 촉진하는 촉매가 될 것이란 기대가 담겼다.
안주란 교육부 국립대지원과장은 “교육과정 개발·운영부터 연구개발까지 국립대와 기업이 하나 되는 모델을 실현해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양성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교육계에선 정부 지원 확대만으론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철 연세대 인구와인재연구원장은 “국립대 내부에서 성과 중심 보수 체계와 같은 혁신도 진행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