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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도너번의 마켓 나우] AI 생산성의 역설, 갈림길에 선 한국

중앙일보

2026.04.28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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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도너번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

폴 도너번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

인공지능(AI)의 생산성 향상 효과는 아직 현실보다 이상에 가깝다. 지금까지 뚜렷한 생산성 개선은 나타나지 않았다. 기업들은 여전히 낙관적이지만,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하는 노동자는 드물다. 이는 새로운 기술에 으레 따르는 현상이다. 어떤 신기술이든 최대 효과를 끌어내려면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하지만 기술 혁신은 결국 경제적 효율을 높인다. 지금까지 금융시장의 관심은 주로 기술 자체에 쏠려 있었다. 하지만 진짜 돈은 기술을 만드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핵심이 된다.

학계 연구에 따르면, AI가 개인의 생산성을 높일 경우 그 혜택은 고숙련 노동자보다 저숙련 노동자에게 비례적으로 더 크게 돌아간다. 최고 숙련 노동자도 AI의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이들이 담당하는 업무 중 AI가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복적 작업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여기서 ‘저숙련’의 정의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 분석에서 저숙련은 최하위 계층을 가리키지 않는다. 미국 기준으로는 고등학교 졸업장을 보유한 사람이 해당한다. 반면 문해력이나 수리력이 매우 낮은 최하위 계층에게 AI가 가져다줄 생산성 향상은 제한적이다. 이런 직종은 육체노동이나 대면 서비스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AI의 영향권 밖에 놓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성인의 교육 수준을 문해력·수리력·문제해결 능력으로 측정한다. 이에 따르면 미국은 이른바 ‘바벨형(barbell)’ 분포를 보인다. 상위 5%는 높은 점수를 기록하지만, 기초 학력이 크게 부족한 최하위 계층의 비율 또한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높다. 반면 유럽 주요국과 영국은 미국보다 기초 문해력·수리력 미달 비율이 눈에 띄게 낮으며, 최하위 근로자조차 미국의 동일 계층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한다.

한국은 유럽과 미국의 특징이 섞여 있다. 문해력과 문제해결 능력에서는 낮은 수준에 머무는 인구가 유럽이나 미국보다 더 많다. 반면 수리력 최하위 비율은 미국보다 낮아 유럽 주요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강점과 취약점이 뚜렷하게 공존하는 구조다.

이처럼 국가마다 인력의 숙련 분포가 다른 만큼 AI의 효과도 균등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생산성 향상의 혜택은 중간 수준 인력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국가 간 경쟁력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 한국의 경우는 더 불확실하다. 숙련 수준이 혼재된 한국의 노동력 구조가 AI의 혜택을 얼마나 누릴 수 있을지는 결국 AI가 어떻게 현장에 적용되느냐에 달려 있다.

폴 도너번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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