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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준의 뉴스터치] 근육의 기억

중앙일보

2026.04.28 08:06 2026.04.2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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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준 중앙SUNDAY 선임기자

김홍준 중앙SUNDAY 선임기자

다다닥. 그리고 끝. 15m 벽을 오르는 데 4.64초. 올림픽 정식종목인 스포츠클라이밍의 스피드 부문에서 사무엘 왓슨(20·미국)이 지난해 5월 세운 세계기록이다. 높이와 기울기(95도), 홀드(손으로 잡는 구조물) 등 경기 조건이 세계 어디나 똑같아서, 반복 훈련으로 ‘근육의 기억(muscle memory)’을 새긴다.

운동은 부상을 전제로 한다. 운동 중 미세하게 찢어진 근육은 회복을 통해 발달한다. 이때 위성세포가 활성화돼 근육 조직으로 합쳐지고 근육의 세포핵과 근핵 수가 늘어난다. 노르웨이의 크리스티안 군더센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이렇게 생긴 근핵은 운동을 쉬어도 꽤 오래 남는다. 약 15년. “학교 때 육상 선수로 좀 뛰었다”는 사람이 테니스를 같이 시작했는데 유난히 잘 치는 이유는 바로 이런 근육의 기억 때문이다. 게다가 근육만이 아니라 중추신경계에도 이 기억이 저장되기 때문에 운동 이해가 빠르고 자동으로 동작이 나오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지난 26일 런던마라톤에서 1시간 59분 30초로 사상 최초의 ‘서브2(2시간 이내 풀코스 완주)’를 기록한 사바스티안 사웨(31·케냐). 피로골절과 척추 부상으로 지난해 쉬었다가 올해 2월에야 다시 뛰었다. 근육의 기억은 살아있었다. 매주 평균 200㎞ 이상을 달리며 기억을 탄탄히 되살렸다.

앞서 25일 백악관 출입기자단(WHCA) 연례 만찬에서 총격 용의자의 사진 특종을 건진 AP통신 사진기자 알렉스 브랜던. 그는 “(바닥에 엎드린 사람이 용의자라는 판단은) 솔직히 근육의 기억 때문”이라고 말했다.

근육의 기억은 몸에 저장된 정보다. 자신이 노력해서 만든 습관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운동만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몸의 기억을 알게 모르게 쌓았다. 계산하는 ‘머리’에 앞서 자동으로, 반사적으로 보여주는 ‘몸’의 구현. 그러니까 상대를 이해하려는 순간의 눈빛과 말투, 넘어진 사람을 일으키려 조건반사적으로 뻗는 손, 지하철역에서 뛰는 이들을 위해 잠시 비켜주는 발…. 이처럼 근육의 기억은 바로 오늘 자신의 됨됨이가 되기도 한다. 그렇지 못한 사람? 어릴 적부터 운동을 제대로 못 했을 수도.



김홍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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