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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장, 승진 위해 AI까지 열공…미생 장그래 자리가 사라진다

중앙일보

2026.04.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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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토익 점수와 인사 고과가 좌우하던 인사 평가 기준에 인공지능(AI) 역량이 더해지고 있다.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AI를 실무체계에 직접 이식하는 ‘AX(AI 전환)’ 능력이 직장인의 새로운 지표로 부상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AI가 신입사원의 기초 업무를 대체하면 채용 시장에도 ‘칼바람’이 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AI 모르면 승진 불가”…인사평가 파고든 AX

28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은 인사 시스템의 핵심 축을 AX로 옮기고 있다. 가장 발 빠른 곳은 LG그룹이다. LG디스플레이는 책임(과·차·부장급) 직급 승진 조건에 ‘AX 교육 레벨1(초급) 이상 수료’를 명시했다. 또 자율 주제로 AI 관련 아이디어 제안서를 제출해 담당자의 심사를 통과해야 승진 자격이 주어진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임직원의 약 80%가 AX 레벨1 수준을 달성했다.

LG전자도 올해부터 임원들의 조직 평가 항목에 ‘AX 과제 수행’을 필수로 반영하기로 했다. 앞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달 사장단회의에서 “AX는 특정 조직만의 과제가 아니다”고 주문한 바 있다.

2030년까지 모든 업무에 AI를 적용하는 ‘AI 드리븐 컴퍼니(Driven Company)’를 선언한 삼성전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중순부터 TV·가전·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부사장·상무급 임원 600여명을 대상으로 AI 특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AI에 원하는 답을 끌어내는 질문 설계 기법(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등을 다루는 ‘생성형 AI 고급 활용 프로그램(GenAI PowerUser Program)’ 기초 과정은 이미 DX 부문 전 임직원이 수료했다.

SK그룹은 경기 용인 SK아카데미 등 각사 그룹 연수원에서 진행하는 신입사원 및 신규 임원·팀장 교육과정에 AI 활용법을 ‘필수 커리큘럼’으로 편성했다. 일부 계열사에서는 이러한 AI 교육 수료 여부를 인사 평가의 기본 요건으로 지정키도 했다. 현대차·기아 역시 지난해 말부터 본부별로 자율적 AI 교육을 실시 중이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신입부터 줄인다”... 사라지는 ‘숙련 사다리’

그러나 이런 인력의 AI 고도화가 가뜩이나 얼어붙은 채용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거란 전망도 나온다. 중앙일보가 채용 플랫폼 인크루트와 함께 기업 인사담당자 227명을 대상으로 지난 20일~23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AI 도입으로 인한 인력 효율화 1순위 타깃은 ‘신입’(64.8%)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AI가 수행 가능한 기초업무 비중이 많아서(48.5%)’라고 봤다. 대응 전략 역시 ‘점진적 신규 채용 축소(45.2%)’가 가장 많았다.

글로벌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의 움직임은 더 매섭다. 메타는 전체 직원의 약 10%인 8000명을 내달부터 해고하고, 계획했던 6000개 신규 채용마저 백지화한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최근 미국 내 직원의 약 7%(8700여명)에게 자발적 조기 퇴직을 제안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콘퍼런스콜에서 “과거 대규모 팀이 필요했던 프로젝트가 이제는 뛰어난 개인 한 명에 의해 완수되고 있다”고 했다.

이렇다보니 실무를 배우며 성장해야 할 신입의 자리를 AI가 꿰차면서 기업 내 ‘허리’를 키워낼 사다리가 약해질 거란 우려도 높다. 한 정보통신(IT) 기업 관계자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높은 국내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베트남 등 해외 인력을 외주 개발자로 뽑아 썼는데, 이제는 ‘그들보다 AI가 더 효율적’이란 분위기”라고 전했다.

반면 전략기획·의사결정(60.4%), 영업·협상(58.6%) 등은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고유 영역으로 조사됐다.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데이터 분석은 AI가 하더라도, 사람의 감정을 조율하고 결과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며 최종 책임을 지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라면서 “다만 경영 효율 측면에서 보면 신입 채용보다 기존 인력의 AI 역량을 고도화하는 것이 더 유리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수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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