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억지와 변명으로 자신의 범행을 합리화하려는 태도로 일관하는 등 전혀 정상 참작의 여지가 없다. "
"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는다. 양형에 참작할 사유가 없고 오히려 중한 형을 정해야 한다. "
이 유사한 두 문장은 각각 전두환·윤석열 전 대통령(이하 경칭 생략)에게 사형을 구형하는 논고문에 담겼다. 첫 번째는 30년 전인 1996년, 두 번째는 3개월 전인 지난 1월 법정에서 낭독됐다. 구형 주체는 30년 전엔 서울중앙지검 산하 특별수사본부였고, 이번엔 특검이었다. 이번 특검은 30년 전의 논고문을 참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떻게 30년 전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게 처음으로 사형을 구형할 수 있었나. 진정한 ‘역사 바로 세우기’였나. 아니면 전두환의 주장대로 김영삼 대통령의 ‘정치 보복극’이었나.
1996년 8월 26일 12·12 및 5·18 사건 1심 선고를 앞두고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 입정해 피고인석에 서 있다. 중앙포토
논고문 가필 거절한 유명 작가
1996년의 어느 날. 12·12, 5·18 수사 주임검사 김상희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은 구형을 앞두고 논고문 초안 작성을 수사팀 내 검사 채동욱(훗날 검찰총장 역임)에게 맡겼다. 그러다 불현듯 “역사적인 논고문인 만큼 문장력 있는 사람이 봐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그때 떠오른 게 소설가 이문열이었다. 당대 문장가로 꼽히던 그였기에 김상희는 시골에 있다는 그의 연락처를 어렵게 수소문해 전화를 걸었다.
" 논고문, 이게 참 우리로서는 마지막 화룡점정인데 좀 봐주실랍니까. "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차가웠다.
" …나는 전두환 구속, 반대해요. 논고문 같은 거, 봐줄 수 없습니다. "
이문열은 전두환에 대한 논고문에 개입하고 싶어하지 않았던 것이다. 김상희는 어쩔 수 없이 모 언론인에게 초안을 보내 수정 가필을 받았다.
12·12, 5·18 수사 주임검사였던 김상희 변호사가 지난 1월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검찰 징비록 취재팀과 인터뷰하고 있다. 백일현 기자
‘칼의 춤, 검찰 징비록’ 취재팀이 김상희(75) 당시 주임검사를 최근 서울 서초동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나 들은 비화(秘話)의 일부다.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그는 전두환·노태우를 대면조사했고, 법정에서 직접 논고문을 읽고 전두환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그에 따르면 이 수사엔 난관이 많았다.
" 앞으로, 내 모든 거는 묵비권을 행사하겠소. "
1995년 12월 3일 오전 11시 안양교도소. 전두환이 김상희 부장 앞에 앉자마자 이렇게 내뱉었다. 몇 시간 후엔 검사에게 선언했다.
" 5공 정통성을 공격하기 위해 하는 검찰 조사에는 내가 협조할 수 없어. 나는 오늘부터 단식하기로 했어. "
그는 앞서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묻는 형식적 질문에도 이렇게 답했다.
" 내, 주소도 모르고 집 전화번호도 모른다. "
" 어떻게 집 전화번호도 모르세요.(김 부장) "
" 김 부장, 내, 18년간 내 손으로 다이알을 돌려본 적이 없어. "
이랬던 그는, 이후 누그러져 검찰에 입을 열었다.
심지어 “노태우가 날 괴롭혔다”는, 다소 파격적인 이야기도 털어놨다. 전두환은 왜 묵비권 행사를 포기했을까.
검찰 징비록 6화는 검찰이 어떻게 12·12, 5·18 수사로 전직 대통령에게 철퇴를 내렸는지 5개의 결정적 장면으로 파헤친다. 김상희 검사와, 그를 지휘했던 최환 당시 서울지검장의 아들 최용훈 전 검사의 육성을 담았다.
·장면 1. 특수본 구성 후 한 검사 “우리는 개”
·장면 2. 전두환, 화장실 5시간 동안 못 간 사연
·장면 3. 최규하는 진술을 거부했다, 왜
·장면 4. 검찰에 ‘X새끼’ 욕설한 이들
·장면 5. 법리 구성은 왜 어려웠나
·징비: 떳떳하지 못했던 시작, 끝내 박수 받았다
#장면 1. 특수본 구성 후 한 검사 “우리는 개”
" 노태우 전 대통령과 정호용 전 특전사령관은 제 경북고 선배입니다. 고교 후배라는 점은 회피 사유도 될 수 있습니다. 그 점은 고려됐습니까. "
1995년 11월 28일, 김상희 형사3부장이 최환 서울지검장에게 물었다. 12·12, 5·18 주임 검사로 낙점받은 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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