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의료비후불제’ 성과 3000명 넘게 이용, 갈수록 늘어나 농협서 선지급, 이자는 도에서 내줘 산모·다자녀 가구 등 지원 대상 확대
충북도는 의료비후불제 시행을 앞둔 2022년 12월 농협충북본부, 도내 종합병원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의료비후불제는 치료를 먼저 받고 병원비를 무이자 할부로 갚는 제도다. [사진 충북도]
충북 음성에 사는 이모(70)씨는 지난해 1월 임플란트 시술을 받기 위해 치과에 들렀다가 비용을 듣고 깜짝 놀랐다. 총비용은 약 720만원으로, 임플란트 2개에 대한 건강보험을 적용받더라도 자부담이 600만원에 달했다. 이씨 걱정을 덜어준 건 충북형 의료복지제도인 ‘의료비후불제’다. 이는 병원비를 무이자 장기 할부로 갚는 제도다. 이씨는 “시술비의 절반인 300만원을 의료비후불제로 냈다. 이자는 지자체가 내주고, 원금만 월 8만원씩 36개월 동안 나눠서 낼 수 있어서 치료에 큰 보탬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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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332곳 협약, 신경과 등 질환범위 추가
충북도가 전국 처음으로 선보인 의료비후불제 사업이 도입 3년 3개월 만에 이용자 3000명을 넘어서며 의료비 부담 완화와 건강권 보장에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23년 1월 시작한 의료비후불제는 환자가 수술비 등을 매월 조금씩 갚아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농협 정책자금(100억원)을 활용해 환자 1인당 연간 5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까지 무이자로 돈을 빌려준다. 의료비후불제 신청이 승인되면 농협이 의료비를 먼저 지급하고, 환자는 빌린 원금만 3~4년(500만원 이상은 4년) 동안 갚으면 된다.
이 기간 대출 이자는 충북도가 대신 내준다. 중도 상환 수수료는 없다. 지난 20일 기준 누적 신청자는 3045명, 융자금 규모는 85억9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자 지원에 들어간 예산은 1억8000만원에 불과하다. 충북도 관계자는 “의료비후불제는 적은 예산으로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라고 소개했다. 충북도가 이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판단에서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은 64.9%로 OECD 평균 76.3%보다 크게 낮다. 정인영 충북도 의료비후불제 팀장은 “소득이 적거나 거의 없는 의료취약계층에게는 자기부담금조차 큰 부담일 수 있다”며 “치과 교정을 예로 들면 통상 500~600만원에 달하는 치료비의 80%를 초기에 내야 해서 취약계층으로서는 엄두를 낼 수 없고, 실제로 아이의 교정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비후불제를 활용해 500만원을 48개월로 분할 납부하면 환자는 월 10만원 정도만 갚으면 된다. 이는 기초생활수급자나 기초연금을 받는 어르신들도 상환 가능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충북도는 의료비후불제 도입 이후 신청 대상과 질환 범위를 지속해서 확대했다. 지난해 12월 대출 한도를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도입 초기 만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보훈대상자·장애인 등 11만여 명이었던 신청 대상은 이후 65세 이상 모든 도민, 2인 이상 자녀를 둔 다자녀 가구, 산모 등으로 늘렸다. 취약계층 연령제한은 폐지했다. 지금은 전체 도민의 53% 정도인 85만 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신청 질환은 초창기 임플란트와 척추질환, 인공관절(무릎관절·고관절), 심뇌혈관 등 6개 수술에서 치아교정·골절·암·소화기·호흡기·안과 등을 추가한 뒤 산부인과 치료(분만·산후조리) 등 14개 질환으로 대폭 늘렸다. 이후 치과·정형외과는 모든 질환을 지원 대상으로 확대했다. 지난 1월부터는 진료비뿐만 아니라 요양병원 병간호비도까지 신청 가능하다. 향후 신경과·외과·피부과·재활의학과 등 4개 질환군을 추가할 계획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제도 안착을 위해 의료기관 의견을 반영해 다빈도 질환을 포함하거나, 다자녀·한부모 가족 등 취약계층을 대상에 추가하는 식으로 제도를 보완해 왔다”고 말했다.
충북의 한 치과에서 의료진이 의료비후불제를 신청한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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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 등 벤치마킹 잇따라
의료비후불제 협약 병원은 도입 첫해 80여 곳에서 현재 종합병원 등 332곳으로 늘었다. 의료비후불제 신청자 비율은 65세 이상 주민(40.2%), 기초생활수급자(37.7%), 장애인(10.5%), 다자녀 가구(6.5%)로 집계됐다. 질환별로는 임플란트(틀니) 시술이 73.5%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충북연구원이 지난해 의료비후불제 신청자 11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평균 9.17점으로 나타났다. 한찬오 충북도 보건정책과장은 “월평균 신청 인원이 지난해 97명에서 올해 180명으로 약 86% 증가했다”며 “특히 산후조리원 이용 비용을 포함한 출산 관련 지원 건수는 지난해보다 8배 증가해 도민 체감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융자금 미상환율은 1.3%에 불과하다. 응급 환자의 의료 비용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대신 내주고, 나중에 환자가 갚는 ‘응급의료비 대지급제도’ 미상환율이 89%인 것과 비교하면 안정적인 상환이 이뤄지고 있다. 충북 의료비후불제가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벤치마킹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시범 운영을 앞두고 있고, 전남 해남군 등에서도 유사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