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중국 혁신 기업 리포트 (12) 바이촨…포털사이트 CEO가 만든 의료 특화 AI

중앙일보

2026.04.28 15:0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 2025년 딥시크(DeepSeek)의 등장은 ‘중국판 챗GPT’의 가능성을 알리며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후 중국의 생성형 AI 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대기업은 물론이고 신생 스타트업까지 덩달아 이슈몰이를 했다. 그중에서도 ‘중국의 AI 호랑이(中国AI虎)’라 불리는 업체들은 미국의 AI에 맞서는 강력한 신흥 강자로 꼽힌다. 특히 즈푸AI(智谱AI), 미니맥스(MiniMax), 바이촨(百川智能), 문샷AI(月之暗面)는 딥시크와 더불어 ‘중국 생성형 AI 4대장’으로 주목받는다. 중국 생성형 AI 4대장의 성장 과정 및 핵심 경쟁력을 4주에 걸쳐 시리즈로 소개한다. 그 세 번째 주자는 바이촨이다. "
2021년 10월 15일, 천재라고 불리던 CEO가 돌연 사표를 던졌다. 중국 포털서비스 써우거우(搜狗,Sogou) 입사 후 17년, CEO에 취임한 후 11년이 지난 때였다. 써우거우를 중국 2대 검색포털로 성장시킨 왕샤오촨(王小川)은 인생의 다음 스테이지로 인공지능(AI) 업계를 선택했다. 2000년대 중국 인터넷 기업 열풍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 AI 시대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왕샤오촨의 창업은 ‘검색’에서 ‘AI’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검색은 AI로 진화한다’ 엘리트 CEO의 결단


사실 왕샤오촨은 중국 대표 명문대 칭화대(清华大学)를 졸업하고 써우거우 CEO로 승승장구하며 큰 어려움 없이 순탄한 인생을 살았다. 그랬던 그가 창업의 길로 나서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챗GPT의 등장이었다. 오픈AI가 만든 챗GPT의 ‘파괴력’을 절감하며, 검색 다음으로 AI가 세상의 중심이 될 것임을 직감했다. 왕샤오촨은 안정적인 제국을 벗어나 자기만의 새로운 여정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전 세계적으로 생성형 AI 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2023년 4월, 베이징(北京)에 바이촨(百川智能, Baichuan AI)의 둥지를 틀었다.
비록 생성형 AI 업계에서는 후발주자지만, 경험 많은 CEO인 왕샤오촨의 창업은 큰 관심을 받았다. 창업하자마자 알리바바(阿里巴巴), 텐센트(腾讯) 등 주요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신생 스타트업임에도 탄생과 동시에 ‘업계 1군’의 대접을 받았다. 빅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 지방정부 등 국가 자본도 잇따라 투자에 나서며 바이촨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다.

왕샤오촨은 창업 후 곧바로 대규모 언어 모델(LLM) 개발에 착수했다. 초기 모델을 오픈소스로 배포하는 의외의 선택을 하기도 했다. 개발자 생태계를 확보해 기술력을 빠르게 인정받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었다. 다수의 AI 스타트업이 초기에 앱이나 챗봇 등 서비스를 먼저 선보이는 것과 달리, 바이촨은 모델부터 만들어 영향력을 키우고 산업에 적용하는 노선을 택했다.
A : 바이촨 CEO 왕샤오촨(王小川)은 누구?

Q : 1978년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출생. 칭화대(清华大学)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기술자 출신의 기업가다. 중국 빅테크 업계에서 꽤 유명한 창업자로, 포털사이트 써우거우(搜狗)의 CEO와 CTO를 역임했다. 편의성이 뛰어난 중국어 자판 입력기를 출시해 점유율 80% 이상을 기록하며 회사 성장의 기반을 만들었고, 써우거우를 중국 2위권 검색포털로 키워냈다. 챗GPT의 등장 이후 큰 충격을 받은 그는 AI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인식했다. ‘검색 다음은 AI’라고 판단하고 2023년 바이촨을 창업한다. ‘바이촨’은 ‘백천귀해(百川归海, 모든 강은 바다로 모인다)’에서 따온 말로, ‘다양한 데이터와 기술, 인재를 하나의 AI로 모으겠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의료 특화 모델, 유망 산업부터 공략한다


바이촨은 단순히 챗봇 회사가 아니라 대규모 언어 모델에 기반한 ‘산업용 AI’를 표방한다. 주요 모델 라인업을 살펴보면, 1세대인 Baichuan-7B/13B는 기본형 두뇌로, 오픈소스로 공개해 개발자들이 많이 사용했다. 2세대 Baichuan-2/3는 1세대보다 좀 더 똑똑해진 실전형으로, 기업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3세대 Baichuan-4는 추론 능력이 강화된 전문가형 두뇌로, 이미지와 음성을 포함한 멀티모달에 해당한다.

2025년에는 ‘의료 특화 AI’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조직 개편을 통해 헬스케어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웠고, 단순 LLM 회사가 아니라 의료 AI 특화 기업으로 포지셔닝했다. 바이촨도 초기에는 범용 AI 모델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처음부터 주목했던 의료로 회귀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왕샤오촨은 “의료의 핵심은 의사결정과 지능”이라며, 엑스레이와 같은 단순 이미지 인식보다 판단과 추론은 LLM이 더 잘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의료 특화 AI를 “의사의 최고 어시스턴트이자, 환자의 건강 지킴이”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바이촨은 의료 특화 모델을 집중적으로 개발했다. 의료 LLM에는 Baichuan-M1/M2 시리즈가 있다. M1 시리즈는 언어와 이미지, 검색 추론을 통합해 ‘근거 기반(Evidence-based)’ 의료 추론을 지원한다. M2 시리즈의 경우, 의료 정확도를 개선해 실제 임상 활용을 목표로 한 모델이다. 단순 답변을 넘어 의료 판단에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2026년 상반기에는 일반 사용자용 의료 서비스를 출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밖에 금융 특화 모델(Baichuan4-Finance)도 선보였다. 증권사 신입사원과 애널리스트, 리스크 관리자를 한 데 합쳐놓은 AI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일반 AI가 이론은 잘 알지만 실무는 약한 수준이라면, 금융 특화 AI는 재무제표의 숫자와 뉴스 및 공시 텍스트를 연결해서 처리할 줄 안다. 또한 단순한 정보 요약이 아니라, 원인과 결과를 분석할 줄 아는 추론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상 거래 및 부실 가능성 등 리스크도 감지할 수 있다. 즉 단순히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업무를 대신 보조할 수 있는 수준인 셈이다.

이처럼 각종 AI 모델이 쏟아지는 치열한 경쟁 속, 바이촨은 자기만의 핵심 차별화 포인트를 잡았다. 챗GPT 같은 범용 챗봇이 아니라 산업 특화형 AI 회사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의료·금융 등 소위 ‘돈이 되는 분야’부터 공략하고 있다. ‘가장 복잡한 인간의 질환에 대해 이해하면 인간을 이해할 수 있다’는 논리다. 더 나아가서는 중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해 글로벌 헬스케어 AI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명문대 출신 CEO’라는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검색포털로 성공신화를 쓴 왕샤오촨. 그는 AI 시대의 시작과 함께 인생의 2막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왕샤오촨의 회사 바이촨은 그 이름부터 생태계 확장이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작은 강(小川, 샤오촨)’이라 불리는 개인 창업자가, ‘모든 강을 모으는(百川, 바이촨)’ AI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꿈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의료 특화 AI’라는 카드를 내세웠다. 천재 CEO의 홀로서기와 그가 이끄는 회사의 향방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