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 소식 속에 미국과 이란 간 종전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국제 유가가 상승한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국제 유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중동 주요 산유국 아랍에미리트(UAE)가 28일(현지시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OPEC+(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10개국 연대체) 동시 탈퇴를 선언하면서 석유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 중동 긴장과 맞물려 국제유가가 장중 배럴당 100달러 위로 다시 솟았다.
UAE의 OPEC 탈퇴 소식이 전해진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111.26달러에 거래됐다. 7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전장 대비 3.7% 오른 99.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4월 13일 이후 처음으로 장중 100달러 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29일 오후 2시 기준(한국시간) 브렌트유는 111.44달러, WTI는 99.6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OPEC은 산유량 할당을 통해 사실상 유가를 조율해왔다. 이 체제에서 주요 산유국이 이탈하게 되면 중장기적으로는 유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된다. 공급 확대 기대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동 사태와 호르무즈해협 변수가 여전한 탓에 단기 유가 흐름은 상승 쪽이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UAE 탈퇴 여파는 제한적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로이터통신은 “정상적 상황이라면 하락 요인이었겠지만, 해협 봉쇄 상황에서는 공급이 늘어도 갈 곳이 없다”고 분석했다. 수하일 알마즈루에이 UAE 에너지장관도 CNN 인터뷰에서 “지금이 시장 영향이 가장 적은 시점”이라고 밝혔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하락 압력이 우세하다는 전망이 많다. 리포우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앤디 리포우 사장은 CNBC에 “해협이 재개방되면 UAE는 모든 여유 생산 능력을 활용해 생산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UAE는 현재 하루 480만 배럴 생산 능력을 2027년 500만~600만 배럴 수준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UAE의 탈퇴로 OPEC의 세계 석유 공급 점유율이 약 30%에서 26%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다른 회원국의 도미노 탈퇴 가능성도 거론된다. 외신들은 카자흐스탄 등 다른 산유국의 추가 이탈 가능성을 언급하며, OPEC의 시장 관리 능력이 구조적으로 약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은행은 이날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해상 운송이 5월 중 최악의 차질을 끝내고 연말까지 전쟁 전 수준으로 점차 회복된다는 가정 아래, 올해 에너지 가격이 24% 상승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동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기회와 위기 요인이 동시에 작용할 전망이다. OPEC 체제 균열로 석유 공급이 확대될 수 있고, 한·UAE 간 우호적 관계를 고려할 때 공급선 다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반면 사우디와 UAE 간 주도권 경쟁 심화로 중동 정세 불안이 커지고, 감산 체제 붕괴 과정에서 단기 유가 급등 가능성도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동 사태의 완전한 해소 없이는 수급난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