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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500만원…‘찌꺼기’까지 보물 된 K제련

중앙일보

2026.04.29 08:02 2026.04.2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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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트 맥워터 미국 테네시주 부지사(오른쪽에서 두번째)가 28일 울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찾아 핵심광물인 인듐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고려아연]

스튜어트 맥워터 미국 테네시주 부지사(오른쪽에서 두번째)가 28일 울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찾아 핵심광물인 인듐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고려아연]

28일 오후 울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인듐 공장. 이곳엔 은빛이 나는 직육면체 모양의 인듐 잉곳(Ingot·중간단계 금속 소재)이 가득 쌓여있었다. 인듐은 아연 광석 1t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0.01%(100g) 정도의 소량만 나오는 부산물인데 디스플레이나 센서, 태양광 등에 빠질 수 없는 귀한 몸이기도 하다.

전종빈 고려아연 전자소재팀 책임은 “지금은 이 5㎏짜리 인듐 잉곳 하나가 500만원쯤 한다”고 했다. 인듐 가격은 중국이 지난해부터 핵심광물 수출 통제를 강화하며 오르더니 최근엔 중동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으로 더 뛰었다. 지난해 연말 ㎏당 약 2500위안(약 54만원)에서 석달새 70% 넘게 올라 지난달엔 4500위안(약 97만원)을 넘겼다.

미·중 갈등과 지정학적 위기 속에 K제련소는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다. 아연이나 납, 구리 등 주력 상품의 제련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 새로운 먹거리가 된 것이다. 미국 등 각국이 자원 공급망의 탈(脫)중국화를 추진하면서 ‘K제련소’의 몸값이 높아졌다.

현장에선 친환경 수소지게차가 바쁘게 제품을 나르고 있었다. [사진 고려아연]

현장에선 친환경 수소지게차가 바쁘게 제품을 나르고 있었다. [사진 고려아연]

이날 온산제련소 한쪽에선 예전에 제련 찌꺼기를 쌓아두던 거대한 인공 연못을 메꾸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곳엔 핵심광물인 게르마늄 생산 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공장을 짓기도 전에 이미 손님은 찾아왔다. 미국 대표 방산기업인 록히드마틴과 2028년부터 게르마늄을 공급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이다. 미사일 유도장치나 감시 센서 등에 필요한 게르마늄은 중국이 공급망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다변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니켈 공장도 연말 완공을 앞두고 공사 중이다. 니켈은 2차전지 핵심 소재인데,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인도네시아 등 비(非)중국산 원료만 사용해 생산할 계획이다.

귀금속과 핵심광물 가격 상승으로 K제련소의 수익성도 높아지고 있다. 부산물로 나오는 소량의 금·은·인듐·황산 등이 비철금속 업계 영업실적을 좌우할 정도다.

증권가에선 고려아연이 올해 1분기 5000억원이 넘는 역대급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 주력인 아연과 납보다 부산물인 은값이 크게 오른 영향이다. 여기에 중국이 5월부터 황산 수출 제한을 예고하며 가격이 급등한 것도 K제련소에 반사이익이 될 전망이다. 고려아연, LSMnM 등은 구리를 제련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황산이 나오는데, 이 황산은 비료 재료로 사용되거나 반도체 불순물 제거용인 고순도 황산으로 팔린다.

스튜어트 맥워터 미국 테네시주 부지사(왼쪽)가 28일 울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고려아연]

스튜어트 맥워터 미국 테네시주 부지사(왼쪽)가 28일 울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고려아연]

해외 진출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와 함께 테네시주에 74억 달러(약 11조원) 규모 통합 제련소를 짓는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을 추진 중이다. 이날 온산제련소를 찾은 스튜어트 맥워터 테네시주 부지사는 주요 시설을 둘러보고 “기대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업은 일자리 창출과 한·미 파트너십 강화 뿐 아니라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로 경제 안보를 끌어올리는 계기”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정부는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인허가 패스트트랙 제도인 ‘패스트-41’ 대상으로 지정했다. 맥워터 부지사는 “트럼프 정부가 빠르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허가했기 때문에 착공부터 상업 운전까지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제련소는 2027년 착공해 2029년 완공이 목표다.





남윤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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