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군인·공무원의 연금이 20만원 안 되는 사람이 3만명 넘고, 이들이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월 퇴직연금이 20만원 안 되는 특수직역연금 수급자가 3만 4018명으로 집계됐다. 공무원 출신이 가장 많다. 특수직역은 공무원·군인·사립학교 교직원과 별정우체국연금을 말한다. 월 연금이 100만원 안 되는 사람은 5만 4104명이다.
특수직역연금 평균이 200만~300만원으로 높지만, 연금액이 적은 사람도 적지 않다는 뜻이다. 국민연금은 수령액과 관계없이 기초연금 기준(소득 하위 70% 노인)에 들면 지급한다. 특수직역연금은 무조건 안 된다.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도 못 받게 돼 있다. 극단적으로 기초연금을 받는 배우자와 결혼하면 그 배우자의 기초연금이 사라진다.
특수직역연금 수급자는 2014년 기초연금을 도입할 때 빠졌다. 그들의 보험료 절반을 국가가 대 주는 데다 연금액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을 고려했다.
국민신문고나 보건복지부에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정모씨는 최근 “지난해 기초연금에 신청했다가 탈락했다. 옛날에 공무원 했다고 그렇다고 한다"며 하소연했다.
과거에 연금 대신 일시금으로 받은 사람의 불만도 이어진다. 경기도 용인시 박모(82)씨는 베트남 전쟁 참전한 예비역 소령이다. 1986년 계급 정년에 걸려 예편할 때 퇴직연금(군인연금) 4000만원을 일시금으로 타 빌라를 사서 들어갔다. 이후 그 집을 팔아 자녀 교육에 썼다. 그의 아내(76)도 기초연금을 못 받는다. 박씨는 “자녀의 생활비 지원과 참전수당(49만원)으로 버틴다”며 “나라 위해 헌신한 군 퇴직자 중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기초연금을 못 받긴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공무원·사학·별정우체국 연금은 2015년 개혁 때 최소가입기간이 20년에서 10년으로 줄었다. 이 때문에 연금액이 적은 수급자가 증가하고 있어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커진다.
김선민 의원은 특수직역연금 수급자 배제 조항을 삭제해 이들에게도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또 더불어민주당 김동아 의원은 특수직역연금 수급자 배우자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법안을 냈다.
2023년 정부가 기초연금 적정성평가위원회를 운영했는데, 당시 특수직역 연금 수급자에게도 기초연금을 지급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초연금 대상이 ‘노인의 70%’라는 인구 기준으로 돼 있는데 이걸 일정 소득 기준으로 바꾸고, 특수직역연금 수급자도 소득 기준에 맞으면 지급하는 쪽으로 통일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신중하다. 지난해 7월 국민신문고에 항의한 민원인에 대해 복지부는 “2014년 당시 직역연금이나 국민연금 등의 공적연금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노인을 우선 지원할 필요가 있는 점, 직역연금 수급자에 대한 국민 인식 등을 고려해 제한한 것"이라고 답했다. 복지부는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