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2차대전 주역 히로히토 일왕 재위 100주년 기념식
다카이치 "선조들로부터 배워 과감하게 도전"
다카이치, '쇼와 100주년' 기념식서 전쟁피해 빼고 '영광' 강조
日정부, 2차대전 주역 히로히토 일왕 재위 100주년 기념식
다카이치 "선조들로부터 배워 과감하게 도전"
(도쿄=연합뉴스) 조성미 특파원 = 우경화 행보를 밟고 있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일본 제국주의 전개와 패전, 전후 경제 부흥기를 아우르는 쇼와(昭和) 시대를 '강한 일본' 재건의 모범으로 삼고자 하는 뜻을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29일 도쿄도 지요다구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쇼와 100년' 기념식에서 "대전(2차 세계대전)이나 수많은 재해를 넘어 희망을 빚어낸 선조들로부터 배워 과감하게 도전할 필요가 있다"며 인구 감소, 대내외 안보 환경 등을 '쇼와 정신'으로 헤쳐 나갈 것을 강조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30일 전했다.
'쇼와'는 히로히토 일왕의 재위 기간(1926∼1989)을 아우르는 연호로 '쇼와의 날'인 이날 재위 10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4월 29일은 히로히토 일왕의 생일로 그가 사망한 뒤 '녹색의 날'로 기념되다가 2007년부터 '쇼와의 날'로 지정됐다.
쇼와 시대는 만주사변과 난징대학살, 일본군 위안부 및 징용 피해자 강제 동원 등 일본 제국주의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 막대한 피해를 준 시기다.
히로히토 일왕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최고 군 통수권자로 2차 세계대전의 주요 책임자 중 하나로 평가받지만, 패전 후 미군정(GHQ)의 통치 안정 목적 등에 가려져 전범 재판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쇼와 시대는 전후 일본이 한국전쟁 발발을 발판으로 경제 재건에 나서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룬 뒤 1980년대 후반까지 '거품 경제'로 불리는 황금기를 구가한 시기이기도 해서 일본인들에게는 향수의 대상이기도 하다.
전 총리인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가 2024년 기시다 후미오 당시 총리에게 정부 차원의 쇼와 100년 전승 행사를 기획하도록 요구했고 이날 기념식도 이 일환으로 마련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기념식에서 "쇼와 시대는 전쟁, 종전, 부흥, 고도 경제성장이라는 미증유의 변혁을 경험한 시대였다"며 "우리나라의 전통이나 역사의 무게를 곱씹으면서 장래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로 삼고 싶다"고 발언했다.
그는 "지키기만 하는 정치에는 희망이 생겨나지 않는다"며 "젊은이들이 일본에 태어난 것에 긍지를 느끼고 '미래가 밝다'고 자신을 갖고 말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도 태평양의 빛나는 등대, 자유와 민주주의의 나라로서 일본을 세계가 의지하는 나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아시아 각국에 끼친 제국주의 피해나 2차 세계대전 패전에 따른 자국민 고통에 대한 언급 없이 '쇼와 시대의 영광'에만 집중한 셈이다.
교도통신은 다카이치 총리가 전후 부흥이나 희망에 중점을 두고 2차 세계대전 이전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며 패전의 교훈도 발언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도 다카이치 총리가 2차 세계대전 참패 등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다카이치 색채'가 강조된 연설을 했다고 논평했다.
요미우리는 다카이치 총리에 대해 '전후 70년을 맞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발표한 담화 이상의 메시지는 필요하지 않다'라는 입장이라며 쇼와 100년 연설도 이런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설했다.
아베 전 총리는 2015년 담화에서 과거 식민 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했으나, 무라야마 담화의 핵심 문구인 '침략', '식민 지배', '진심으로 사죄'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쇼와 100년 기념식에는 일본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5천600명이 참석했다. 모리 에이스케 일본 중의원 의장, 세키구치 마사카즈 참의원 의장을 비롯해 이마사키 유키히코 최고재판소 장관(대법원장) 등도 자리를 지켰다.
해상자위대 도쿄음악대가 1961년 발표된 '위를 보고 걷자', 1989년 '강물의 흐름처럼' 등 쇼와 시대를 상징하는 곡들을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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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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