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된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사회적 대화 협의체가 약 두 달간의 공론화 과정을 마치고 최종 결론 도출을 위한 회의를 30일 열면서다.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논의는 2017년 9월 부산 사상구에서 발생한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부산 모 중학교 3학년 A양(15) 등 4명은 다른 중학교 2학년 B양(14)을 공장 앞으로 끌고 가 ‘건방지다’는 이유로 집단 폭행했다. 이들은 길에 널려 있던 철골 자재로 B양의 머리와 얼굴 등을 1시간 넘게 때렸다. B양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상태로 무릎까지 꿇고 사진을 찍어야 했다.
이후 가해자들은 현장을 떠났고, B양은 피를 흘리며 걸어가다 이를 목격한 행인이 이날 오후 10시 30분쯤 경찰에 신고했다. B양은 119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사건이 커지자 A양 등 2명은 같은 날 오후 11시 50분쯤 인근 치안센터를 찾아가 자수했다.
경찰은 학생폭력 문제라 언론에 알리지 않고 수사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틀 뒤인 2017년 9월 3일 SNS에 ‘부산 사하구 여중생 집단 특수 상해’라는 제목으로 B양의 사진과 대화방 캡처 글이 올라오면서 파문이 일었다.
가해자 A양은 사건 발생 당일 SNS로 선배에게 “심해?” “(교도소에) 들어갈 것 같아?”라며 처벌을 걱정하는 대화를 나눴다. 메시지를 받은 선배는 A양 등을 혼내며 해당 내용을 SNS에 공개했고, 누리꾼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며 사회적 공분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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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4명 중 1명, 만 13세로 처벌 면해…소년법 개정 요구 봇물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특히 가해자 4명 중 1명이 만 14세 미만으로 처벌을 면하게 된 점이 부각됐다. 당시 B양의 어머니는 “폭행 당시 녹취 음성을 들어보면 가해자 중 1명이 ‘어차피 살인미수인데 더 때리자’라고 말한다”며 “소년법이 폐지돼 가해 학생들이 지은 죄만큼 처벌을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953년 제정된 소년법은 만 10세 이상~만 19세 미만에 적용되며, 이 중 만 10세 이상~만 14세 미만(촉법소년)은 형벌을 받지 않고 보호처분만 가능하다. 2000년대 들어 소년범죄가 점점 흉악해지자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자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코너에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는 청원 글도 게재됐다. 청원인은 “피해자들은 평생 트라우마를 갖고 살아가는데 가해자들은 청소년이란 이유로 고작 전학·정학 정도로 매우 경미한 처분을 받는다”며 “청소년들이 어리다고 할 수만은 없는 시대가 왔고, 바뀌어야 한다”고 청원 이유를 밝혔다.
청원 추천자가 26만명이 넘어서자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관계 부처에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국회에서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골자로 하는 소년법 일부 개정안이 6건 발의됐다. 2022년 정부는 소년법·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되면서 논의는 멈췄다. 일각에서는 촉법소년 연령이 낮아지면 어린 나이에 사회적 낙인이 찍히고, 교화 기회가 줄어든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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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처벌 가능성 닫아두면 범죄 예방 효과 없다” 일침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의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의 신상이 SNS에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의 가해자 처벌은 경미했다. 4명 중 3명이 재판에 넘겨졌고, 소년 보호 재판에서 보호처분 중 가장 무거운 소년원 송치 처분을 받았다. 소년원 송치 최대 기간은 2년이다. 하지만 전국에 있는 소년원 수용인원이 포화 상태여서 2년을 다 채우지 않고 퇴소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정의롬 부산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보호처분을 받은 가해자 신상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피해자조차 모른다”며 “소년원이 포화 상태여서 대부분 1년 정도 있다가 퇴소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 14세 미만 청소년들 스스로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순간 범죄 예방 효과는 떨어진다”며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 처벌 가능성을 열어두되 교화에 초점을 맞춰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