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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주독미군 감축’ 카드…‘호르무즈 협력 거부’ 한국도 영향권

중앙일보

2026.04.29 22:56 2026.04.29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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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독일주둔 미군 감축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간 해외 미군 준비태세의 조정 가능성을 꾸준히 시사해 온 만큼, 유럽 주둔 미군의 재배치를 넘어 주한미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미국은 주독 미군 감축 가능성을 연구·검토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결정이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지난해 1월 출범한 이후 ‘힘을 통한 평화’라는 기조에 따라 전 세계 주둔 미군 운용 방식의 재조정을 공언해 왔지만, 실제 특정 주둔국의 미군 병력 감축을 검토 중임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란戰 비협조’ 독일에 보복성 감축 시사

이번 발언의 직접적 배경으로는 최근 이란 전쟁 국면에서 보인 독일의 소극적 태도가 우선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해협 안전 확보를 위한 군사 지원 요구를 사실상 거절한 영국·프랑스·독일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요 회원국들을 향해 “기억해 두겠다”며 여러 차례 불만을 표해 왔다.

독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를 향해서는 최근 거친 언사를 쏟아낸 적도 있다. 메르츠 총리가 “미국이 전략 없이 전쟁에 돌입한 것은 명백하다”고 비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메르츠 총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갖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있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지난 3월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회담을 하는 도중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3월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회담을 하는 도중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럽 전체에 주둔 중인 미군은 약 8만4000명이며, 독일에는 람슈타인 공군기지 등을 비롯해 약 3만5000명의 미군이 주둔해 있다. 이는 일본(약 5만5000명)에 이어 해외 주둔 미군 가운데 두 번째 규모다. 또 미국의 유럽사령부와 아프리카사령부 본부가 모두 독일에 있을 만큼 유럽 방어의 거점으로서 전략적 중요성이 큰 곳이다.



감축 강행시 유럽 안보태세 큰 영향

물론 돌발적으로 말폭탄을 던졌다 접곤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그간 스타일을 감안하면 이번 발언도 독일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메시지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 지원에 비협조적이었던 나토 회원국을 응징하기 위해 전쟁 기여도에 따라 동맹 등급을 나눈 리스트를 작성했다는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보도가 지난 22일 나온 바 있다. 자신의 요구를 따르지 않는 동맹국에 대한 위협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려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 만큼 ‘주독미군 감축론’도 실행에 나설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전쟁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나토 회원국의 주둔 미군을 협조한 회원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유럽 미군기지 한 곳의 폐쇄도 살펴보고 있다는 보도가 최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나오기도 했다. 주독미군 감축이 강행될 경우 유럽의 안보 태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에 여파 미칠 가능성 ‘촉각’

문제는 주독미군 감축을 넘어 글로벌 차원의 미군 재배치가 현실화할 경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부터 동맹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줄기차게 제기하며 국방비 증액을 압박해 왔다. 여기에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활용해 방위비 증액을 관철시키곤 했다.

이날 발언 역시 ‘거래적 동맹관’의 연장선상에 있다. 단순히 방위비 문제를 넘어 군사 협력 여부를 기준으로 주둔군 재배치를 압박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트럼프 “美 안 도운 나라” 한·일 거론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해협 군사 지원 요구를 거절한 국가들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며 비(非)나토 회원국 중에서는 한국을 콕 집어 거론해 왔다. 그는 지난 6일 나토를 향해 “제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을 오점을 남겼다”고 한 뒤 “나토뿐만이 아니다. 누가 우리를 안 도왔는지 아는가”라면서 “한국”을 첫손에 꼽았다. 이어 호주·일본을 잇따라 거론했다. 한국과 일본을 향해서는 핵무기를 가진 북한으로부터 보호해주기 위해 미군을 주둔시켜 왔다며 거듭 불만을 표했다.

미 조야와 국방 당국에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더욱 커지고 있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중요성 등을 들어 주한미군 철수에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지난 22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도 “한반도는 미 본토 방어와 역내 미 국익 증진에 있어 핵심적인 전략적 요충지”라며 주한미군 철수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난 3월 14일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에서 실시된 한·미연합 도하훈련에서 주한미군 장병들이 부교를 건넌 스트라이커 장갑차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14일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에서 실시된 한·미연합 도하훈련에서 주한미군 장병들이 부교를 건넌 스트라이커 장갑차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 전략적 중요성…감축 쉽지 않아”

하지만 주한미군 감축은 다른 얘기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한·미 동맹의 현대화를 강조하며 병력의 ‘규모’보다 ‘역량’ 강화에 집중해 왔다. 한반도에서 대북 억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주한미군 역할이 ‘중국 견제’로 이동하면서 성격과 구성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여기에 주독미군 감축이 보복성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다는 관측과 맞물리면서 주한미군 감축론이 재점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한·미 동맹의 역내 전략적 중요성이 나토 회원국들과는 다르고, 미 의회가 통과해 지난해 12월 발효된 2026 회계연도 국방수법권(NDAA)에 주한미군을 2만8500명 미만으로 감축하는 데 예산 사용을 막는 조항이 담겨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대규모 감축을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간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다”며 “주한미군의 주요임무는 우리 군과 함께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갖춰 북한의 침략과 도발을 억제·대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도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과 연합 방위태세 강화를 위해 한·미 간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의 대중 견제 역할을 확대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확대하려는 가운데 우리 측과 협의 없는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 변경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도 볼 여지가 있다. 이와 관련, 한·미는 2006년 공동성명에서 “미국은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합의했다.



김형구.이유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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