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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체험학습 기회 살리자”…정부, 체험학습 교사 보호 법 개정 추진

중앙일보

2026.04.29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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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옥 교육부 차관이 30일 오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5개 교원단체와 함께 현장체험학습 지원을 위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교육부

최은옥 교육부 차관이 30일 오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5개 교원단체와 함께 현장체험학습 지원을 위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교육부

교육부가 현장체험학습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교사가 짊어지는 법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잇따른 인솔 교사 유죄 판결로 일선 학교에서 체험학습이 급격히 위축되자, 교사를 형사·민사상 책임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사고 발생 시 교사의 법률 대응과 배상을 국가가 지원하는 방안 등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뒤 자주 안 돌아봤다”…교사에 유죄

교육부는 30일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최은옥 차관 주재로 교사노조연맹, 실천교육교사모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좋은교사운동,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5개 교원단체와 간담회를 열고 교사 보호 법안을 논의했다. 현장체험학습 위축을 우려한 이재명 대통령의 시정 지시와 이를 둘러싼 교원단체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마련된 자리다.

앞서 이 대통령은 28일 국무회의에서 “구더기 생길까 싶어 장독을 없애면 안 된다”, “책임을 안 지려고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며 안전요원 보강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발언 직후 교원단체들이 반발하자, 청와대는 이날 “교사를 두텁게 보호하자는 것이 발언 취지”라며 해명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8회 국무회의 겸 제6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8회 국무회의 겸 제6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교사들의 반발 배경에는 최근 연이어 나온 업무상과실치사 판결이 자리 잡고 있다. 2022년 11월 강원 속초의 한 테마파크에서 현장체험학습 중이던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후진하던 버스에 치여 숨졌다. 인솔 교사는 1심에서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가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 금고 6개월의 선고유예로 형이 낮아졌다. 올해 1월에는 광주지법이 전남의 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인솔 교사에게 같은 혐의로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두 판결 모두 전방 인솔 중 뒤를 자주 돌아보지 않았다는 등 사전 주의의무 위반을 유죄 근거로 삼았다.



교사들 “안전요원 없는 게 문제 아냐”

지난해 11월 14일 강원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강원 현장체험학습 안전사고 관련 2심 재판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강주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4일 강원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강원 현장체험학습 안전사고 관련 2심 재판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강주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사법 처리 리스크’는 일선 학교의 현장체험학습을 위축시키고 있다. 전교조가 이달 발표한 ‘2026년 현장체험학습 실태조사’에 따르면 교사 10명 중 9명(89.6%)이 사고 발생 시 형사책임에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숙박형 체험학습 실시율은 절반(53.4%)에 그쳤다.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은 29일 청와대 분수대 앞 기자회견에서 “교사들이 분노하는 것은 안전요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고 시 형사책임까지 질 수 있다는 불안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원단체와 정치권은 한발 더 나아간 ‘교사 소송 국가책임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사고 발생 시 교사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적용을 배제하고 국가가 배상을 전적으로 책임지자는 것으로,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서 이를 직접 건의했다. 다만 교육활동 중 발생한 모든 사고에 형사책임을 일률적으로 면제할 경우 의사·어린이집 교사 등 다른 직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마련한 구체적 대책을 5월 중 발표할 계획이다. 최 차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지난 2월부터 교사 면책권 강화, 행정 업무 경감, 체험학습 내실화 방안 등을 두고 교원단체와 소통해 왔다”며 “교사들이 교육활동에 더 전념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교사 보호에만 쏠려선 안 돼…학생 의견도 들어야”

교사 면책 강화 논의와 더불어 학생들의 경험권 보장과 교육 격차 해소 문제도 함께 다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교육 활동이 위축되면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가정 아이들의 체험 기회부터 줄어들 수 있어서다. 서울의 한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공교육 활동이 줄어든 자리는 결국 개별 가정이 메우게 되는데, 여유와 정보가 부족한 가정의 아이들은 가장 먼저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의 초등학생 학부모 김모(42)씨는 “교원단체는 조직돼 한목소리를 내지만 학생과 학부모는 그렇지 못하다”며 “정책 논의가 교사 보호에만 쏠리지 않으려면 학생과 학부모 의견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교사가 안심하고 인솔할 수 있는 법적 보호망과 함께, 아이들에게 경험을 돌려주기 위해서는 교사는 물론 학부모, 지역이 모두 함께 책임을 지고 학교의 동반자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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