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4일 서울 시내버스 파업 당시 한 버스 차고지에 운행을 멈춘 버스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시내버스 근로자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확정하면서 이에 따른 임금 인상 여파로 서울시의 재정 부담도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30일 동아운수 전·현직 기사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다는 2심 판단을 확정했다. 다만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해 연장·야간 근로수당을 재산정할 때 실제 근로시간이 보장된 시간에 못 미칠 경우 노사 간 합의에 따른 ‘보장시간’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일부를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심은 이와 달리 실제 근로시간을 토대로 연장·야간근로수당을 산정했다.
통상임금 범위가 넓어지고 수당이 늘어나면서 서울 시내버스 기사들의 임금은 크게 오를 전망이다. 서울 시내버스 노사는 올해 초 파업 끝에 임금 인상률 2.9%에 합의했지만 통상임금 관련 문제는 협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한 ‘임금체계 개편’을 대법원 판결 확정 이후로 미루면서다.
지난 1월 15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특별조정위원회 2차 사후 조정회의에 박점곤 서울시버스노동조합(버스노조) 위원장과 사측인 김정환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노사 합의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업 당시 서울시는 대법원이 노조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을 포함할 경우 추가로 최대 16.4%의 임금 인상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기본 인상률(2.9%)을 더하면 실질 임금 인상률은 19%를 웃돌게 된다. 서울 시내버스 조합원의 2024년 평균 연봉이 6324만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7500만원대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재원이다. 서울 시내버스는 ‘준공영제’로 운영돼 운송 수입으로 충당하지 못한 적자를 서울시가 메워주고 있다. 16.4%의 추가 임금 인상 시 1500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본다. 이미 서울시가 운수업체에 지원한 금액은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2022년 8114억원, 2023년 8915억원에 달했고, 2024년 4000억원, 지난해 11월까지 4575억원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내버스조합 측과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른) 정확한 임금 인상 폭과 재정 지원 규모를 따져보고 있다”며 “워낙 규모가 커 추가 재원이 얼마나 더 투입될지 등은 현재로써는 아직 확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6·3 지방선거를 계기로 시내버스 준공영제 개편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현행 준공영제는 운송수입이 늘어도 재정지원금이 함께 증가하는 모순적인 구조를 보인다”며 “노선·정류장 수는 늘었지만, 운행 거리는 감소해 서비스는 후퇴했을 가능성이 높아 이번 지방선거에서 준공영제 개혁과 버스체계 개편을 핵심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