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에 고립된 한국 관련 선박 26척의 출구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가 외교장관 특사를 파견해 이란 측과 접촉하며 해법을 모색 중이지만, 이란의 통행료 요구와 미국의 제재 가능성 등이 얽히며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을 방문한 정병하 외교장관 특사는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 등 고위급 인사들과 만나 한국 선박의 신속하고 안전한 통과를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정 특사는 과거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한국 기업들이 잔류했던 사례를 들며 양국의 신뢰 관계를 강조했다. 이에 이란 측도 한국의 외교적 노력을 높게 평가하며 소통 채널 유지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실질적인 선박 운항 재개에 대해서는 평행선이 이어지고 있다. 이란 측은 '사전 협의 후 지정 항로 통과'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해협 통과를 위한 '통행료' 지불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모든 선박의 자유로운 항행 원칙에 따라 통행료를 지급할 수 없다는 태도가 확고하다.
선사들의 불안도 깊다. 이란이 제시한 지정 항로가 이란 본토에 인접한 영해인 탓에, 이곳을 통과할 경우 안전 문제뿐 아니라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항로 안내 비용 명목으로 돈이 오갈 경우 자칫 통행료 지불로 오해받아 제재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한편 미국이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진 '호르무즈 국제 해상 연합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아직 동참 요청은 없었다"라며 "미국의 구체적인 구상을 먼저 살펴봐야 할 단계"라고 밝혔다. 앞서 일본 선박 한 척이 이란 지정 항로를 통해 해협을 빠져나오기도 했으나, 한국 선박의 경우 여러 외교·경제적 변수가 맞물려 있어 운항 재개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