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원내대표 직무대행과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이 30일 국회 의안과에 '윤석열 정치검찰 조작기소 진상규명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6ㆍ3지방선거를 34일 앞둔 30일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이 관련된 검찰의 모든 수사ㆍ기소를 수사 대상으로 하고, 이 대통령이 피고인인 사건에 대한 공소취소 권한까지 특검에 부여하는 새로운 특검법안을 발의했다. 공식 명칭은 ‘윤석열 정권 검찰청ㆍ국가정보원ㆍ감사원 등의 조작수사ㆍ조작기소 등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특검법)’이다. 30일 마무리된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의 후속 조치다.
천준호 민주당 원내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오후 법안을 제출한 뒤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당 대표 시절이던 2년 반 사이, 윤석열 정권 검찰은 국가 공권력을 총동원해 이 대통령 죽이기에 나섰다”며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해 국조 과정에서 밝혀진 여러 사실을 수사로 확정하기 위한 특검법을 발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천 대행은 “국회의장, 야당과 협의를 거쳐 가급적 5월 중에 처리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형사사법시스템을 완전히 붕괴시키는 악법”이라며 “여러 당사자들의 위헌 소송이 이어질 테고 국민의힘도 헌법소원을 비롯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의 수사 대상에는 국정조사에 포함됐던 불법 대북송금 의혹, 대장동 및 위례 개발비리 의혹,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등 7대 사건 외에도 이 대통령이 피고인인 모든 형사 사건이 망라됐다.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이 진행 중인 위증교사 의혹 사건, 1심 단계인 백현동 개발비리ㆍ성남FC 뇌물ㆍ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이 대통령 취임 뒤 재판이 중지된 사건들이다. “야당 대표 제거 등 목적 달성을 위해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검찰 인력을 집중 동원해 검찰행정권을 남용하거나 하게 했다는 범죄 의혹”도 수사 대상에 들어갔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금품수수 의혹 사건’도 수사 대상으로 명시됐다.
차준홍 기자
수사 과정에서 인지되거나 조사된 사건 및 고발ㆍ고소 사건 등 광범위한 별건을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조항도 포함됐다. 수사에 협조할 경우 형량을 낮춰주는 플리바게닝 조항과 별도 영장전담법관 보임 조항, 기소된 피고인에 대한 재판 중계 조항도 포함됐다. 모두 일반 형사절차에는 없는 절차다. 익명을 원한 현직 부장검사는 “민주당이 국정조사에서 비판하며 조작의 근거로 주장해온 검찰의 별건 수사와 형량 거래 등을 모두 가능토록 한 법안”이라며 “검찰 뿐 아니라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등을 다뤘던 법원에도 수사의 불똥이 튈 수 있다”고 했다.
특검법 내용 중 정치적으로 가장 파장이 큰 건, 특검은 재판이 계속중인 이 대통령 관련 사건들의 공소유지 권한을 강제로 넘겨받아 공소 유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대목이다. “공소유지 여부도 판단할 수 있다”는 전례없는 문구를 통해 사실상 특검에게 공소 취소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특검은 또 이첩을 거부하는 검사를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검찰 인사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한 점도 특이점이다.
박상용 검사가 지난 14일 국회 윤석열정권정치검찰조작기소의혹사건진상규명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쌍방울 대북송금 조작기소 의혹 사건 청문회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한 뒤 소명 기회를 요구하고있다. 임현동 기자
민주당 국조특위 위원인 이건태 의원은 공소취소 권한의 유무와 관련해 “독립된 특검이 수사 과정에서 조작 기소 진상을 밝혀서 조작 기소가 인정되면 특검이 독립적으로 판단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공소 취소는 1심이 진행 중인 사건에만 가능해, 이 대통령의 대북송금ㆍ대장동ㆍ위례ㆍ백현동ㆍ성남FC 뇌물 사건은 이론적으로 특검의 공소 취소 대상이 된다. 파기환송심 단계인 선거법과 항소심 중인 위증교사 사건은 대상이 아니다. 이 의원도 “항소심 사건은 공소 취소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지만, 여권 일각에선 특검 진행 상황에 따라 공소취소 대상 사건의 범위를 넓히는 방향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검 후보는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 중 의석수가 가장 많은 더불어민주당ㆍ국민의힘ㆍ조국혁신당이 각 1명씩 추천하며,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임명한다. 임명하지 않을 경우 추천 후보자 중 연장자가 임명된 것으로 간주된다. 특검팀 규모는 파견검사 30명, 특별수사관 150명, 파견공무원 170명 등 최대 350여 명으로, 2016년 국정농단 특검팀보다 크다. 수사 기간은 준비기간 20일 외에 기본 90일이며, 30일씩 2회 자체 연장과 대통령 승인에 의한 1회 추가 연장이 가능해 최장 180일간의 수사가 가능하다.
법조계와 학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작 수사 의혹 사건에 대한 특검을 한다며 기존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유지까지 맡는 건 특검의 권한을 벗어나는 일”이라며 “입법부가 사법 체계를 마비시키는 위법ㆍ위헌적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김건희 특검 등이 별건 수사를 벌이다 법원에서 공소 기각 판결이 났는데 민주당은 변한 게 없다”며 “결국 정치 보복을 위한 특검을 이렇게 계속하는 게 정말 국민을 위한 일이냐”고 말했다. 대검도 “향후 법안 심사 과정에서 확정 판결 또는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한 부당한 관여가 이루어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차준홍 기자
민주당은 이날 야당의 반발 속에 국조특위 결과보고서를 일방 채택하고 31명을 위증 및 불출석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 대상에는 연어 술파티 의혹을 부인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이 대통령에게 방북 대가로 북한 공작원에게 70만달러를 건넸다고 밝힌 방용철 전 부회장, 박상용 검사, 대장동 사건을 수사한 강백신ㆍ엄희준 검사 등이 포함됐다. 이 대통령에게 유리한 증언을 한 남욱 변호사 등은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