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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수의 뉴스터치] 5월 1일 노동절

중앙일보

2026.04.30 08:06 2026.04.3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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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수 선임기자

장혜수 선임기자

노동절을 메이데이(May day)라고도 한다. 선후를 따지면 메이데이가 노동절보다 먼저다. 양력 5월 1일인 메이데이는 고대 로마에서 유래했다. 춘분과 하지의 중간인 이날 꽃의 여신 플로라를 기리는 축제를 열었다. 전날(4월 30일) 밤을 메이 이브, 축제에 쓰는 나무기둥을 메이폴로 불렀다. 로마제국이 확장하면서 축제는 지역색을 띤다. 게르만족의 발푸르기스의 밤, 켈트족의 벨테인 등이다.

산업화가 한창이던 19세기 중후반, 노동자는 장시간 중노동에 시달렸다. 1886년 미국 노동자 34만 명이 8시간 노동제 실시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섰다. 5월 1일은 미국의 관행적인 임대차 등 각종 계약 갱신일이었다. 이사가 몰려 무빙데이로도 불린 이 날을 파업일로 삼았다. 사흘째인 3일 시카고 맥코믹 공장 시위에서 2명이 숨졌다. 이에 반발해 다음날(4일) 시카고 헤이마켓에서 큰 시위가 벌어졌다. 경찰 발포에 맞서 누군가 폭약을 터뜨렸고 수십명이 죽거나 다쳤다. 일명 헤이마켓 사건이다. 당국은 7명을 주동자로 몰아 사형을 선고하고 4명은 집행했다.

1889년,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파리에서 제2인터내셔널 창립대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헤이마켓 사건 희생자를 기려 이듬해(1890년) 5월 1일을 세계 노동자의 날로 정했다. 5월 1일 노동절의 유래다. 정작 오늘날 미국의 노동절은 메이데이가 아닌 9월 첫 월요일이다. 메이데이의 사회주의 성격을 기피한 그로버 클리블랜드 미국 대통령이 제안했다. 미국 노동계는 독립기념일(7월 4일) 이후 11월 추수감사절까지 공휴일이 없는 점을 고려해 이를 수용했다.

한국도 원래 5월 1일 노동절이었다. 대한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신) 창립일인 3월 10일로 이를 대체한 건 1958년 이승만 정부다. 역시 사회주의 색채를 빼기 위해서다. 1963년 박정희 정부는 계급투쟁 성격을 이유로 명칭마저 근로자의 날로 바꿨다. 올해는 공휴일까지 덤으로 얹어 5월 1일 노동절을 되찾은 첫해다. 다만 현실에서는 “진짜 사장 나오라”는 요구와 “하루 1조 손실”이라는 위협 속에 공멸을 우려한다. 새삼 공존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는 노동절 아침이다.





장혜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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