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내내 악뮤(사진) 신곡들을 들으면서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모두 봄날의 햇살처럼 밝은 노래들뿐인데. ‘소문의 낙원’,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이 나올 때마다 이름 모를 감정이 흐르고 있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TV 화면 속 관객들도 눈물을 훔치고 있고, 댓글들도 ‘자꾸 눈물이 난다’고 했다. 그런데 그건 절대 슬퍼서가 아니었다. “이건 아주 근원적인 기쁨의 감정이에요. 노래를 들으며 사랑받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벅찬 마음에 눈물이 나오네요. 이런 감정 오랜만입니다.”
벅찬 눈물 나는 악뮤의 새 앨범
동생의 어둠, 오빠가 걷어내
성장보다 빛나 보이는 다정함
영상의 댓글마다 고백과 치유의 거대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지금 어두운 방에 있는데, 노래 듣고 햇빛 보려고 커튼을 열었다.” 13년째 은둔 중이라는 사람은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 더디지만 세상 밖으로 한발 디뎌보고 싶다”고 했다.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 엄마의 귀에 노래를 들려줬다는 사람, 6년째 신장 투석을 받으며 간간이 삶을 포기할까 생각한다는 사람, 고3이 되어 공황이 왔다는 학생, 해외에서 4년째 혼자 매일 퇴근 후 운다는 사람. 모두 이 노래 아래 모였다. “잘 부른 노래에는 감탄이 달리고, 명곡에는 사연이 달린다”더니, 서로를 위해 마음을 활짝 여는 이 광경은 분명 특별한 데가 있다.
이 ‘악뮤’ 남매의 서사는 특별하다. 14년 전 오디션 쇼에서 16세, 13세 남매는 센세이셔널하게 데뷔했고 전국민적인 관심을 받았다. 하늘이 내린 천재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오빠 이찬혁과, 천사가 목소리를 낸다면 이런 게 아닐까 싶은 동생 이수현은 한 번도 음악으로 팬들을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넘쳐나는 재능 때문에 각자가 독자적으로도 빛나는 아티스트로 자리 잡을 것이 쉽게 예상됐다. 그러나 각자의 시간 동안 오빠 찬혁이 더할 나위 없이 독특한 아티스트로 정점을 향해 치달을 때, 동생 수현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깊은 어둠에 빠졌다. 방 안에 틀어박혀 낮과 밤도 모른 채 살았다. 자기 재능을 불신했고, 더 나은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2년여의 은둔이었다. 우울함이란 얼마나 정당한 근거 없이 들이닥치는 사고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일이다.
남매의 서사를 극적으로 전환시킨 건 오빠의 용기와 다정함이었다. “같이 살자.” 밖으로 나오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자기가 다가갔다. “같이 사는 김에 운동 함께 해볼까”, 슬금슬금 꼬셨다. 산티아고 순례길도 함께 걸었다. 수현은 깨달았다. “내가 나를 그동안 정말 많이 망가뜨렸구나.”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찬혁은 동생과 함께 창가로 걸어갔다. 수현은 결국 스스로 커튼을 열었다.
그 시간의 기록이 앨범 ‘개화’다. 수록곡 ‘햇빛 블레스 유’의 가사 “걸어 잠근 창문 속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Open the door/ 햇빛 bless you”는 찬혁이 동생에게 조용히 건넨 말이었다. 타이틀곡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은 “기쁨 뒤에 슬픔이 오는 건 아름다운 마음이야/ 쫓아내지 말고 품어주어라”고 노래한다. 슬픔을 극복하라는 말이 아니다. 빛과 어둠이 모두 모여 인생이라는 거대한 퍼즐을 만든다는 거다. ‘소문의 낙원’에서 권하는 건 “고기와 수프”가 있는 곳에서 “잠깐 쉬어가라”는 것이다. “당신의 불치병은 그곳에 존재할 수 없다”며. 동생에게 했던 말이 노래가 됐고, 그 노래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닿았다. “찬혁이가 수현이를 살리고, 수현이가 사람들을 살리러 왔구나.” 댓글에서 그 순환을 알아챈 사람들은 혐오와 경쟁이 넘치는 세상에서 찬혁의 노랫말처럼 “가자, 사랑의 시대로”를 함께 외친다.
천재가 다정함을 품었을 때 어떤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우리는 즐거이 목격하고 있다. 동생을 “잘 피어나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활짝 개화됐고, 그 애틋한 남매애가 인류애로 자연스럽게 퍼져나간다. 어려운 안무 챌린지가 넘치는 시대에 겨우 어깨를 으쓱거리는 춤과 동요 같은 쉬운 멜로디로 모든 세대를 낙원으로 초대하는 이 포용적인 노래. 부르는 사람도 춤추고 있는 사람들도, 심지어 듣는 사람들까지 모두 주인공으로 껴안는 이 노래. 동생을 어둠 속에서 건져낸 다정함이 우리 모두를 서로 건져내는 힘으로 번진다. 성장보다 다정함이 더 빛나 보이는 이 남매의 서사가 아름답다. 올해의 가수상은 다른 데서 많이 받을 테니, 내 마음속에선 이들에게 ‘올해의 남매상’을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