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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배의 시선] 장특공 개편, 언제까지 스무고개 할 건가

중앙일보

2026.04.30 08:14 2026.04.3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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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배 논설위원

김원배 논설위원

무소속 최혁진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진보당 의원 13명이 지난달 27일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보고 깜짝 놀랐다. 1가구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를 기존 ‘보유 40%, 거주 40%’에서 ‘거주 80%’로 재편하는 것은 예상할 수 있는 범위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X(옛 트위터)에 “1주택자의 주거를 제대로 보호하려면, 비거주 보유기간에 대한 감면을 축소하고 그만큼 거주 보유기간에 대한 감면을 더 늘리는 게 맞을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유와 거주의 공제 비율을 20+60, 0+80 등으로 바꾸는 조합이 가능하다. 그런데 법안을 자세히 보니 단순한 조정이 아니었다.

범여권 세법 개정안 혼란 더해
1주택 실거주 공제 기준도 불분명
당정은 정책 방향 명확히 밝혀야

현행 장특공은 두 가지로 구성돼 있다. 건물과 토지 등 일반 자산에 대한 장특공은 3년 이상 보유할 경우 매년 2%씩 증가해 15년 이상이면 30%의 양도차익을 공제받는다. 다른 하나는 앞서 언급한 1가구 1주택 장특공이다. 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엔 실거주 중심의 공제 개편과 함께 토지와 건물, 조합원 입주권 등 비주택 자산에 대한 공제(15년 30%)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물론 최 의원 법안을 정부·여당 안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대통령 발언과 맞물리면서 정책 방향에 대한 혼선과 불안을 키우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장특공은 1989년 도입 당시부터 전체 부동산 자산을 대상으로 한 제도였다. 이후 제도 개편을 거치며 부동산 장기 보유를 유도하는 동시에, 누적된 이익을 한꺼번에 세금으로 내야 하는 부담을 완화하고 물가 상승에 따른 명목 이익을 일정 부분 조정하는 기능을 수행해왔다. 실제로 2011년부터 2025년까지 소비자물가 누적 상승률은 약 35%다. 이를 고려하면 15년 보유 시 30% 공제를 인정하는 현행 구조를 과도한 특혜로만 보기 어렵다. 이를 일괄적으로 축소하거나 폐지할 경우 실질 이익이 아닌 부분까지 과세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1주택의 보유를 아예 인정하지 않는 쪽(0+80)으로 전환한다면 일반 장특공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15년을 보유했지만 실거주는 2년인 1주택자의 경우 최 의원 안에서는 16%만 공제받는다. 하지만 일반 장특공이 그대로 유지되면 15년 보유한 토지와 건물은 30%의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자칫하면 주택 소유자가 거주 조항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건물이나 토지 소유자보다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생긴다.

보유 관련 장특공을 완전 폐지하고 실거주 1주택만을 대상으로 한 장특공만 남겨 놓으면 이런 역전 문제는 없어지지만 공제 혜택이 사라지는 상가나 토지 시장에 미칠 충격이 상당히 클 것이다. 이 법안이 이런 파장까지 충분히 검토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실거주 중심으로 장특공을 개편하자는 이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전하는 발언이 너무 많아지면 메시지가 혼란스러워진다. 지금 많은 국민은 적어도 10년 동안 자기 집에서 거주하면 80%의 장특공을 받을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이 KBS 라디오에 나와 “지금 장특공 혜택이 고가 주택자에게 많이 돌아가고 있는데 이런 문제점은 시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집값이 5억원에서 15억원이 되면 혜택이 2000만원이지만, 30억원에서 40억원이 되면 1억6000만원 정도가 된다”는 것이 이 수석의 설명이다. 이 얘기를 들으니 정책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80%와 같은 장특공 비율 구조에선 고가주택일수록 공제액이 커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1주택으로 오래 거주해도 공제 금액 한도를 두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 대통령은 오래 거주하는 1주택은 보호하겠다는 메시지를 낸 것 아닌가. 이 수석은 “대통령께서 ‘이 구간은 이렇게 하라’ 이런 얘기를 하시는 건 아니다”라며 “경제부처에서 맞는 정책을 설계해 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세제는 복잡미묘한 문제다. 거주를 제외한 1주택 장특공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면 10년 거주하겠다는 사람이 늘 것이고 지금보다 매물 잠김 효과가 커질 것이다. 세금 제도는 주택 소유자의 행동을 바꾼다. 장기거주를 유도하겠다는 방향 자체는 공감하지만, 그 결과 매물이 줄고 전·월세 공급이 위축되며 사회적 이동성이 떨어질 수 있다. 아울러 장기거주를 장려하려면 충분한 공급이 뒷받침돼야 한다.

점점 장특공을 둘러싼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스무고개 문답 비슷한 일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책임 있게 정책 방향을 밝혀야 한다.





김원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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