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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렬의 시시각각] 부동산보다 일자리

중앙일보

2026.04.30 08:17 2026.04.3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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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렬 수석논설위원

이상렬 수석논설위원

“과학기술 역량의 강화로 생산성은 극도로 높아져 필요한 것은 얼마든지 생산해 내겠지만, 노동수요 즉 일자리는 필연적으로 줄어들 것입니다.… 일자리는 인공지능 로봇을 통제하는 소수의 고급 노동과 로봇 비용보다 저렴한 노동을 감당하는 대다수 소외 노동으로 양분화될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년 전 민주당 당대표 연임에 도전하면서 한 얘기다. 인공지능(AI) 시대의 일자리 감소에 대한 예견이었다. 안타깝게도 이 예측이 들어맞고 있다. 우리 사회가 ‘대(大)실업 시대’로 가는 징후가 뚜렷하다.

미취업 청년 171만 명, 대실업 조짐
신입사원 공채 기업 파격 지원하고
노조·규제, 기업 발목 잡지 않아야

올해 1분기 실업자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청년층이 심각하다. 실업자와 ‘쉬었음’ 청년, 취업준비생 등 미취업 상태인 20·30이 171만 명. 20·30 인구의 14%(7명 중 1명)로, 2021~2022년 코로나19 시기에 버금간다. 당시는 코로나로 도시가 봉쇄되다시피 했지만, 지금은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가고 심지어 코스피가 7000선에 육박할 정도로 불장인데 이렇다.

원인은 대략 세 가지로 꼽힌다. AI 충격, 제조업 등의 불황, 기업의 경력자 채용 추세. 사안의 심각성을 정부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베일을 벗은 정부의 ‘청년 뉴딜’은 전혀 ‘뉴딜’스럽지 않다. 청년 10만 명에게 ‘새로운 출발선’을 약속한다는 대책 중 실무 경력을 쌓는 일경험 기회는 2만3000개. 국세청의 체납 세금 징수 단기 인력 9500명과 농지 소유·이용 실태 파악 4000명 등인데, 이 경험이 향후 어떤 일자리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도 100만 명이 넘는 실업이 최대 이슈였다. 졸지에 명예퇴직을 당한 40·50 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정부는 전국 대학교에 이들을 모아 컴퓨터 강좌를 열었다. 아직 PC에 서툰 이가 많던 시절이었다. 이후 이들은 컴퓨터 지식으로 무장해 자영업 창업에 도전했고, 사업장엔 판매관리시스템(POS)을 도입했다. 그렇게 높아진 자영업 경쟁력이 실업 극복의 힘이 됐다.

‘청년 뉴딜’은 정부 주도 일자리 창출의 한계를 보여준다. 결국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게 효율적이다. 청년층 고용률이 서울·경기도보다 높은 충북이 그 사례다(올해 1분기 충북 48.1%, 서울 46.2%, 경기 44.9%). 청주, 음성, 충주 등에 반도체·바이오·2차전지 공장이 둥지를 틀면서 생긴 변화다. 하지만 청년층이 원하는 임금·복지 좋은 양질의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10대 그룹 총수들이 대통령 주재 행사에서 약속한 올해 채용 인원은 5만1600명. 이 중 신입 채용은 3만4200명에 그친다.

이 대통령은 최근 베트남 순방 중에도 SNS에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의 문제점을 올릴 정도로 부동산 이슈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부동산은 중요하지만, 일자리는 그것과 차원이 다른 중대한 문제다. 일자리엔 생계뿐 아니라 인간의 존엄이 달려 있다. 특히 청년의 실업은 가정과 사회의 미래도 어둡게 한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란 말은 빈말이 아니다.

비상한 상황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한 법이다. 고용절벽 해소야말로 정부가 팔을 걷어붙여야 할 사안이다. 우선 채용을 늘리는 기업에 파격적인 지원을 해주자. 그 효과가 세금을 투입한 단기 일자리나 정부 주도의 직업훈련보다 낫다. 특히 신입사원 공채를 하는 기업엔 획기적 지원을 해주자. 기업이 경력사원 위주로 뽑는다면 청년들은 어디 가서 경험을 쌓는가. 신입 채용 중단·축소는 잔인한 일이다.

무엇보다 정책의 대전환이 시급하다. 지금의 고용절벽은 정부가 노란봉투법이나 정년 연장 등 이미 노동시장 안에 들어와 있는 노동자를 위한 정책에 치중한 것과 무관치 않다. 고용 비용이 높아지면 기업은 공장을 옮기거나 AI·로봇으로 대체한다. 기업이 노조의 과도한 요구와 불합리한 규제에 발목을 잡히지 않게 해야 한다. 기업이 신명나게 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 고용 대책은 바로 거기서 출발해야 한다.





이상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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