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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용 확대·유연화 사라지고 친노동으로만 쏠린 노동 정책

중앙일보

2026.04.30 08:22 2026.04.3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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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이 63년 만에 이름을 되찾았다. 1963년 관련 법률이 제정되며 5월 1일이 ‘근로자의 날’로 굳어졌지만 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법정공휴일로 지정됐다. 그저 쉬는 날이 하루 늘어났다고 반색하기엔 여러 함의가 담겨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노동절이) 법정공휴일이 됐다는 건 노동의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제도적으로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플랫폼 노동이나 프리랜서 같은 새로운 형태의 일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현행 법령은 이런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만큼 향후 ‘노동 존중’을 기준 삼아 법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건 누구나 동의하는 대의다. 문제는 방향성이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완화와 취약 계층 보호를 위해 정부가 드라이브를 거는 각종 노동 정책이 노동자 보호에만 방점을 찍으며 기업 부담과 사회적 갈등을 키우고 있다. 노란봉투법의 경우 사용자 범위와 교섭 대상이 지나치게 넓고 모호한 탓에 원청 기업은 1년 내내 협상만 해야 할 정도로 산업 현장은 혼란을 겪고 있다.

노동 경직성을 강화할 법안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보험 설계사나 캐디 등 특수고용 노동자, 배달 라이더 같은 플랫폼 노동자 등 870만 명을 근로자로 추정해 사용자에게 입증 책임을 부과한 근로자추정제가 시행되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4대 보험과 퇴직금, 주휴 수당, 주 52시간제 등이 적용돼 사업주의 부담은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당이 속도를 내는 정년 연장도 기업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반면에 정작 노동정책에서 고용 확대를 위한 전략과 유연성은 사라졌다.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지며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인공지능(AI) 도입 등으로 청년층의 취업난은 심화하고 있지만, 청년층을 위한 직업 역량 강화나 일자리 창출 전략은 눈에 띄지 않는다. 경직된 고용 체계는 신규 채용의 걸림돌이다.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에 따라 등장하는 다양한 일자리를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용 유연성 확보를 위한 사회적 공론화 작업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노동자 보호에만 집착한 정책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일자리 감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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