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추상화 거장 김환기(1913~1974)의 두 폭 그림 ‘우주 05-IV-71 #200’가 한국 미술 역대 최고 경매가인 132억원에 낙찰됐을 때, 직후에 ‘[긴급 속보] 한국인이 최종 구매자, 이름은 OOO’라는 발신자 불명의 메일이 몇몇 기자들에게 뿌려졌다. 기자들은 그 이름의 주인공인 젊은 큐레이터 송모씨에게 확인했고, 그는 반복해서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경매에 어떻게 애매한 부분이 있을 수 있을까. 낙찰받았으면 받은 것이고, 아니면 아닌 것이지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도 되나? 참 희한한 대답이었다. 그럼에도 어떤 언론은 그 메일을 기정사실화해 낙찰자는 송씨이며 그가 25세 재벌 3세이고 걸그룹 출신 연예인의 남자친구라 소개했다. 몇몇 매체는 그냥 그걸 따라 썼다. (기자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한국에서 가장 비싼 그림’이 탄생한 바로 그 순간, 괴이한 인간극장이 시작된 셈이다. 2022년, 비밀에 싸였던 ‘찐 낙찰자’의 정체가 드러났다. 그는 송모씨와 전혀 상관없는 글로벌세아 그룹 김웅기 회장이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서울 강남구 글로벌세아 아트스페이스, '한국현대회화 하이라이트: 모더니즘과 도전' 전시 전경. 김환기 '우주 05-IV-71 #200'가ㅣ 47년간 소장했던 예전 소장자의 ‘가로 설치’ 방식 그대로 설치된 모습. 사진 글로벌세아 아트스페이스
마침 지금 그 ‘우주’가 오랜만에 다시 전시에 나왔다. S2A에서 이름을 바꾼 서울 강남구 글로벌세아 아트스페이스(삼성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서 8월 1일까지 열리는 ‘한국현대회화 하이라이트: 모더니즘과 도전’을 통해서다. 김환기뿐만 아니라 박래현, 이우환, 김창열 등 한국 근현대미술 스타들의 그림 25점이 소개되지만 역시 하이라이트는 ‘우주’일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비싼 그림’이라는 다소 속물적인 호칭, 그 호칭과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숭고한 미학, 화가와 소장자 사이의 오랜 우정, 그리고 그 미담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낙찰 초기의 천박한 ‘가짜 낙찰자’ 소동까지. 이 그림에 얽힌 이야기는 참으로 다층적이다. 그 이야기를 찾아가 보자. 우선 천박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그게 재미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