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트림 아웃도어는 전 세계적 추세다. 세계 7대륙 최고봉(에베레스트를 포함한 7개 대륙의 가장 높은 봉우리) 완등, 세계 7대 마라톤(보스턴·뉴욕·시카고·런던·베를린·시드니·도쿄) 완주, 몽블랑 산맥(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 3개국) 170㎞ 달리는 UTMB(Ultra Trail Mont-Blanc) 트레일 러닝 등이 대표적이다. UTMB와 같은 시기인 2003년에 시작한 에베레스트 마라톤(Everest Marathon)도 빼놓을 수 없다. 타이틀로만 봐선 철인(鐵人)이나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평범한 직장인이 대부분이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해발 5364m, BC)에서 시작하는 에베레스트 마라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열리는 마라톤’으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의 환경 오염을 고려해 매년 250명만 참가하는 희소성 있는 대회이기도 하다. 이는 에베레스트 정상(8848m) 등정을 위한 매년 봄 BC에 모이는 등반가의 숫자(400~500명)보다 더 작다. 또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위해 쿰부 빙하에 들어서는 트레커는 매년 4만~5만 명에 달하는데, 이 중 2000분의 1의 숫자만이 마라톤에 참가하는 셈이다. 지난해까지 23회 대회가 열리는 동안 한국인 참가자는 20여 명, 완주는 9명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에베레스트 마라톤 참가자. 7000~8000m 설산을 보며 달린다. 사진 에베레스트마라톤닷컴
대회는 매년 5월 29일에 열린다. 1953년 5월 29일, 네팔 셰르파족 텐징 노르가이와 에드먼드 힐러리가 인류 최초로 에베레스트(8848m)를 등정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2003년 첫 대회도 등정 50년을 기념하는 이벤트였다. 그래서 ‘텐징-힐러리 에베레스트 마라톤’으로 불린다.
에레베스트 마라톤에서 순위는 큰 의미가 없지만, 보통 1~10위까지 네팔 셰르파들이 휩쓴다. 해발 3000m 고산 마을에서 나고 자란 이들은 평지에 사는 사람과는 심장의 기능이나 호흡 메카니즘이 남다르다고 한다. 지난해 우승자는 42㎞를 3시간50분26초에 뛰었다.
코스는 BC에서 에베레스트 트레킹 거점인 남체 바자르(Namche Bazaar)까지다. 42㎞를 12시간 안에 달려 내려와야 하는 레이스다. 산기슭에서 BC까지 올라가는 길은 1주일 정도 걸린다. 남체에서 20㎞ 떨어진 루클라(Lukla, 해발 약 2900m)에서 시작한다. 1주일 올라간 길을 하루만에 내려오는 셈이다. 지난해 참가자 김외용(66)씨는 “다른 마라톤이나 철인 3종을 완주한 것과는 분명 다르다. 고소증세를 극복하고 해냈다는 성취감이 남달랐다”고 했다. 그는 역대 한국인 참가자 중 가장 빠른 기록(8시간18분31초)으로 골인했다.
에베레스트 마라톤 출발 지점인 해발 5300m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사진 에베레스트닷컴
참가자가 많지 않은 이유는 접근성 때문이기도 하다. 개별 트레커가 대회에 직접 등록하기가 까다롭고, 현지에서 트레킹으로 BC까지 가는 여정도 평소보다 더 까다롭다. 5월은 트레커가 몰리는 기간이라 롯지(히말라야 마을의 숙소)나 국내선 항공편을 구하기도 어렵고, 또 우기가 시작되는 5월 말은 항공편이 취소되는 경우도 잦다. 연일 비행기가 뜨지 않을 경우 긴급하게 뜨는 헬리콥터의 빈자리를 구해야 하는데, 개별 트레커가 대처하기는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