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퇴직저축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 전쟁 국면에서 미국 내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 정신 감정이 필요하다는 공격을 받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자신이 임기 중 세 차례 정신건강 검사를 받아 모두 만점으로 통과했다고 밝혔다. 자신을 둘러싸고 일각에서 제기된 정신건강 이상설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대통령이나 부통령에 출마하는 사람은 누구나 선거전에 뛰어들기 전에 반드시 인지 능력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게 하면 버락 ‘후세인’ 오바마나 ‘졸린’ 조 바이든 같은 사람들의 당선에 놀랄 일이 없을 것이고 우리 나라는 훨씬 더 나은 곳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재임 기간 중 자신이 인지 능력 검사를 세 차례 받았다며 “세 번 모두 만점을 받았다. 의사들에 따르면 이런 성과는 전례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대통령이나 부통령 출마자들은 반드시 인지 능력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 사진 트루스소셜 캡쳐
트럼프가 인지 능력 문제를 정치 쟁점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20년 대선과 2024년 대선 초반 고령 논란이 일었던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를 겨냥해 “정신적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반복적으로 공격했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그가 이란 전쟁 국면에서 의사결정 방식과 판단력을 둘러싼 우려가 번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이란에 종전 협상안 수용을 종용하며 “합의하지 않으면 한 문명 전체가 말살될 것”이라고 해 전쟁 범죄 논란을 불렀다. 또 “그 빌어먹을 해협을 열어라. 이 미친 자식들아(crazy bastards)” 등 정제되지 않은 욕설을 쓰거나 자신을 예수에 빗댄 듯한 합성 이미지를 소셜미디어에 여러 차례 올리면서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 아니냐는 논란이 민주당과 일부 언론에서 제기됐다.
미 하원 법사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제이미 래스킨 의원은 지난달 10일 백악관 주치의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대통령의 발언이 “변덕스럽고 일관성이 없으며 정신 나간 수준”이라고 주장하며 인지 능력 및 신경학적 상태에 대한 전면적 조사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사망·사임·면직 또는 직무 수행 불능 시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하거나 직무를 대행하게 하는 ‘수정헌법 제25조’ 발동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대통령 직무수행 능력에 대한 점검 필요성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앞뒤가 안 맞고 때로는 상스러운 발언까지 쏟아낸 일련의 발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권력에 취해 정신 나간 독재자라는 인상을 남겼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2일(현지시간) 교황 레오 14세를 비난한 직후 스스로를 예수에 빗대 소셜미디어에 올린 인공지능(AI) 이미지.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이런 상황에서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자신의 인지 능력은 최상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오히려 야당 전직 대통령들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을 정공법으로 타개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대통령 리더십 논란을 진화하기 위한 또 하나의 정치적 수사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실제로 미국에서 대통령·부통령 후보에 대한 인지 능력 검사 법제화는 논란을 낳을 수 있는 사안이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 후보 자격을 ‘만 35세 이상, 미국 출생 시민, 14년 이상 거주’로 규정하는데, 건강 상태나 정신 능력에 대한 별도 요건은 두고 있지 않다. 이를 의무화하려면 헌법 개정 수준의 논의가 필요하다. 과거 대선에서도 고령 후보의 건강 문제는 여러 번 쟁점이 됐지만, 정신건강 검사 제도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