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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과도한 요구” 말한 李, 노동절엔 “노동·기업 이분법 깨야”

중앙일보

2026.04.30 23:00 2026.04.30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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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 노동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 노동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근로자의 날’이 ‘노동절’로 이름이 바뀐 뒤 열린 첫 노동절 기념식이 1일 청와대에서 열렸다. 청와대가 근로자의 날 또는 노동절 행사를 주최한 건 처음이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기념식에 함께 참석한 것도 처음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함께 했다. 노사정이 한자리에 모인 첫 노동절 행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는 “노동과 기업이 함께 가는 상생의 길”이었다.

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상생의 길을 열겠다. 노동 존중 사회와 기업 하기 좋은 나라는 충분히 양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친노동은 반기업’, ‘친기업은 반노동’이라는 낡은 이분법을 깰 때 우리는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며 “노사가 서로 존중하며 대화할 수 있는 상생의 생태계를 조성하겠다. 노동과 기업, 공정과 혁신,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하는 ‘진짜 성장’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동절 기념사였지만 이 대통령의 메시지는 노동자의 손만을 들어주지 않았다. 전날 메시지의 연장선에 있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들만 살겠다고 과도한, 부당한 요구를 해서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게 되면 해당 노조뿐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주게 된다”고 했다. 이 발언은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한 삼성전자 노조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대신 기념사에서 인공지능(AI) 시대 노동계가 받을 타격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기계와 인공지능(AI)이 인간노동의 대부분을 대체하게 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생산성 향상만을 위해 노동자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국민 대다수인 노동자의 미래가 없는 성장은 진짜 성장이라고 할 수 없다”며 “피할 수 없는 변화의 물결이라 하더라도 상생의 길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 모두의 지속가능한 내일을 위한 길”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소년공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일터로 향하고, 늦은 밤, 때로는 동트는 새벽이 되어서야 기름때가 묻은 손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다”며 “노동하며 흘린 땀방울로 가족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제게 큰 위로이자, 지금의 저를 있게 한 힘”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 노동절 기념식에서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등 참석자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 노동절 기념식에서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등 참석자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면서 “일터의 안전만큼은 결코 타협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산업재해 근절을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했고, 올해 1분기 산재 사망자가 전년 대비 17.5% 줄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재 사망률 1위라는 오명 앞에서 세계 10위 경제 대국이라는 성취는 결코 자랑스러울 수 없다”는 점도 짚었다.

이 대통령은 “모든 노동자가 노동 기본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점도 약속했다. 정규직·비정규직, 원청·하정,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까지 노동 기본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노조가 있는 정규직만 노동 기본권을 누리는 문제를 지적해왔다. 고용노동부는 프리랜서 등도 근로자로 보는 ‘근로자 추정제’를 법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민주노총과 만나서는 프랜차이즈 점주 등 소상공인에게도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주자고 말하기도 했다.

기념식에 참석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AI라는 거대한 문명 전환의 시기에 기술의 진보가 모든 이에게 축복이 되기 위해선 노동권 보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마냥 기쁜 마음으로 오지는 못했다”며 한국옵티컬, 세종호텔, 이수기업 등 노사 분쟁 중인 사업장을 말했다. 이어 “노동자들에게 노동 기본권을 법과 제도로 보장하고, 노동조합으로 단결해 자본의 공세에 맞설 수 있도록, 저항할 수 있는 힘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이제 다시 모두의 노동절 거리축제 같이 걷고 함께 놀자' 행사에서 5.1km 걷기대회 참가자들과 함께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이제 다시 모두의 노동절 거리축제 같이 걷고 함께 놀자' 행사에서 5.1km 걷기대회 참가자들과 함께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경식 경총 회장은 “경영자는 끊임없는 혁신과 투자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노동계도 변화하는 산업환경에 발맞춰 생산성 향상과 협력적 노사문화 정착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

근로자의 날이라는 명칭은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관련 법이 통과되면서 올해부터 노동절로 바뀌었다. 63년 만이다. 법정공휴일로도 지정됐다.



윤성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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