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금권 선거 의혹이 잇따라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상대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정당에서 경쟁자의 비리를 폭로하는 방식으로 의혹이 제기된다는 점에서 유권자들은 더 씁쓸하다. 권력을 잡으려는 이전투구 속에서 지역 사회에 감춰져 있던 비리 구조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강선우 의원과 김경 전 서울시 의원 사이의 공천헌금 수수 의혹이 드러나 파문을 일으킨 게 불과 몇 달 전의 일이어서 이번 선거는 그래도 약간은 달라질 것이란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금권 선거는 상대적으로 감시망이 허술한 지방정치로 갈수록 위험성이 커진다. 돈 벌 수 있는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돈으로 권력을 사는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지기 십상이다. 기초의원에 당선되면 친인척 업체의 매출이 급증하는 식의 기초자치단체 수의계약 비리가 대표적이다. 강선우 의원에 공천 헌금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경 전 시의원도 동생 명의의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해충돌을 막기 위해 수의계약을 제한하는 법이 있지만, 법망을 빠져나가는 꼼수는 보편화 돼 있다. 수의계약을 위해 수억원짜리 공사를 쪼개서 가격을 낮추기도 한다. “문제가 불거진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는 게 지역 정가의 지적이다. 지방의원 대부분이 다양한 이권 사업에 엮여서 감시와 제재에 한계가 있다고 한다. 특히 금품 관련 의혹이 많이 터지는 건 더불어민주당의 호남 지역의 기초·광역 주자들이다. 공천이 사실상 당선으로 이어진다는 판단 때문에 경선 단계에서부터 돈을 뿌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 순천시장 후보는 선거캠프 관계자가 지역 사업가로부터 금품을 받은 정황이 지역 언론에 보도됐다. 해당 후보 측 인사가 돈을 지칭하는 ‘5개’라는 표현을 쓰는 대화 녹취가 나왔다. 후보는 “추악한 정치 공작”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민주당의 광양시장 예비후보 한 명은 불법 경선 전화방을 운영하다 선관위에 적발되자 탈당한 뒤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전북 임실과 전남 화순의 군수 경선에서는 돈 봉투 살포와 대리투표 의혹이 불거졌다. 광역 후보쪽도 마찬가지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현금 살포 영상이 공개되는 바람에 공천 레이스에서 탈락했고, 그 후 민주당 전북지사 후보로 선출된 이원택 의원에게도 식비 대납 의혹이 제기됐다. 정의당에선 “견제 없는 민주당의 일당 독점 체제가 호남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개혁을 촉구했다. 부적격자와 부정부패 없는 공천을 강조한 정청래 대표가 뼈아프게 들어야 할 지적이다.
민주당은 그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금권 선거 의혹이 제기된 전남 순천시장 후보자와 서울 종로·강북 구청장 후보자 등에 대한 공천 취소 여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당 윤리감찰단 등의 조사 결과가 공천을 취소할 만한 근거가 되지 못해 경찰 수사 등을 지켜보며 다시 심사하기로 한 것이다. 수사 기관이 아닌 정당이 감찰을 통해 금품 비리 의혹을 규명하는 데에 한계는 있겠지만, 안일한 대응이 아닐 수 없다. 비리 후보를 제때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뒤에 발생할 수 있는 크고 작은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과 국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사회가 촘촘한 감시망을 만드는 게 유일한 해법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지방 선거다. 여야 정당이 공천 단계에서부터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을 감시하고 검증하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여야는 사소한 비리 의혹이라도 발본색원하겠다는 자세를 갖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정당 민주주의의 기본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