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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른다”“피크아웃” 사이…개미들 ‘삼전닉스’ 딜레마

중앙일보

2026.05.01 14:00 2026.05.0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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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우려 교차하는 코스피

‘625% 대 297%.’ 인공지능(AI) 수요 폭발과 반도체 업황 반등에 힘입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최근 1년 (4월 30일 기준) 수익률 성적표다. 두 기업이 이끄는 강력한 엔진은 국내 증시 전체 시가총액 6000조원 시대를 열었으며, 이제 코스피는 ‘칠천피(코스피 7000)’라는 미답의 고지를 향해 역사적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유례 없는 고점 앞에 선 투자자들은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와 ‘피크 아웃(Peak-out)’의 공포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서만 11조1148억원을 순매도했다. 주가 급등에 개인은 차익 실현에 나선 반면, 증권가는 오히려 목표주가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며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월 보고서를 낸 증권사 23곳이 제시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는 25만~40만원, SK하이닉스는 24개 증권사가 130만~210만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기관도 이들 기업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지난달 24일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193만원에서 234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중국 화타이증권은 최근 본토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커버리지를 개시하며 목표주가로 35만6000원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AI 수요 확대를 기반으로 역대급 실적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그래픽=남미가 기자

1년 주가수익률 하이닉스 625%, 삼성 297%
긍정적 전망에도 개인의 매도 행렬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과거 장기 박스권에 갇혔던 경험이 자리하고 있다. 2021년 초 삼성전자가 9만원을 돌파했을 당시 증권가는 12만원선을 제시했지만, 주가는 장중 9만6800원을 정점으로 급락했다. 이후 수년간 5만원대에 머물며 “96층에도 구조대가 올까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투자자가 고점에 묶였고, 이른바 ‘96층의 기억’이 현재 투자 심리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다를까. 핵심적 차이는 수요의 성격이 ‘경기’에서 ‘AI 인프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염승환 LS증권 이사는 “이번 반도체 수퍼 사이클은 과거에 본 적 없는 새로운 사이클”이라며 “빅테크 기업들이 자본 지출을 주도하는 인프라 투자 성격이 강해 과거의 잣대로 고점을 예단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말했다. 또한 메모리 반도체가 주문 생산형인 ‘장기 공급 계약’ 구조로 변화하면서 과거보다 하방 지지선이 훨씬 견고해졌다는 점도 이전과는 다른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약 2년 주기로 반복되던 사이클이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주요 고객사와의 장기 공급 계약 확대를 통해 메모리 이익 변동성은 줄어들고, 절대 이익 수준은 과거보다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적 수준도 과거와는 다르다. 2021년에는 ‘기대 선반영’ 장세였다면, 이번은 실적이 먼저 확인된 뒤 주가가 반응하는 흐름이라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 70%를 웃도는 영업이익률로 제조업의 한계를 깨는 수익성을 보여줬다. 영업이익은 37조61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배 폭등했다. 삼성전자 역시 1분기에만 영업이익 57조2300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를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영억이익 43조6000억원을 한 분기에 뛰어넘은 역대급 규모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그래픽=남미가 기자

밸류에이션 부담도 적다. 실적 급증이 주가 상승을 상당 부분 흡수하면서 4월 30일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6년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5.91배, 4.59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염 이사는 “두 기업은 매출이 잘 나오고 심지어 PER이 5~6배로 저평가 상태”라며 “과거처럼 ‘피크아웃’을 예측하려 하기보다 매 분기 실적과 투자 흐름을 확인하며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센터장도 ‘투톱’에 대해 아직 매도 시점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김 센터장은 “최근 주가 상승이 부담스러워 보일 수는 있지만, 올해 실적 기준으로는 여전히 저평가 구간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주가가 과열됐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이익 증가 속도가 더 빠르게 반영되고 있는 흐름”이라며 “매도 시점은 주가가 아니라 이익 추정치가 꺾일 때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에너지·전력 등 반도체 연관 산업도 수혜
그러나 일각에선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지난달 증권가에서 이례적으로 SK하이닉스에 대한 매수 의견이 철회된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시장에선 레버리지 과열 징후도 우려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국내 증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5조3577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연초 27조원대에서 약 8조원 늘어난 수치로, 대형 반도체주가 상승에 따른 개인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매수세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ETF 출시가 예정되면서 시장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두 종목으로의 수급 쏠림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금융투자교육원이 개설한 단일 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사전 교육에는 첫날에만 2000명 넘는 신청자가 몰리는 등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국내 반도체 ETF(레버리지·인버스 제외)는 30개를 웃돌고, 주가연계증권(ELS)도 한 달 새 250개 이상 발행되며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반도체 호황의 이면에 대한 경계로 이어진다. 사이클이 꺾일 경우 증시 전반에 충격이 확산될 수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반도체 실적이 유지되는 동안은 상승할 수 있지만, 꺾이는 순간 증시 변동성은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내년 코스피는 기업 이익이 1000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경우 8000~1만포인트도 가능하지만, 업황 둔화 시 4500선까지 열려 있는 등 변동성이 매우 큰 구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주가의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297조5478억원, 105조3368억원으로, 3개월 전보다 두 배 이상 상향됐다. 다만 변수는 증가 속도다. 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두 기업의 이익 증가율이 500~600%에 달하는 반면, 내년에는 같은 수준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현재 2027년 전망은 약 40~50% 증가로, 절대 이익은 늘지만 증가율 둔화에 대해 시장이 실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은 이미 ‘새 주도주 찾기’로 이동하고 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반도체 사이클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AI 투자 확대에 따라 에너지·전력·부품 등 연관 산업으로 수혜가 확산되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 역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심의 독주가 완화되며 유동성이 네트워크·전력 등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준우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미국 반도체 사이클이 성숙 국면에 진입한 만큼, 기계·조선·유틸리티·소프트웨어·증권 등으로 관심이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배현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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