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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미사일·소총·군용 차량…소녀들 앞세운 이란 속내는

중앙일보

2026.05.01 16:00 2026.05.0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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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미사일, 소총, 군용 차량…. 이란의 무기 위에 입혀진 밝은 파스텔 색감이 세간의 시선을 끌고 있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이란을 위한 희생'이란 행사에 참석한 이란 민병대 바시즈 소속 여성들이 분홍색으로 도색된 군 차량에 탑승했다. 사진 X(옛 트위터) 캡처

지난달 19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이란을 위한 희생'이란 행사에 참석한 이란 민병대 바시즈 소속 여성들이 분홍색으로 도색된 군 차량에 탑승했다. 사진 X(옛 트위터) 캡처


지난달 테헤란 거리에서 열린 ‘이란을 위한 희생(Jan Fada-ye Iran)’ 행사에서 여성 수천 명이 참석해 분홍색 물감으로 칠한 군용 차량이나 기관총이 장착된 차량을 직접 운전하고, 오토바이를 타며 도심을 행진했다고 이란인터내셔널이 전했다. 일부는 분홍색으로 칠한 소총을 들거나 국기를 흔들고, 유모차를 밀며 행진했다. 이들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산하 준군사 자원 민병대인 바시즈(Basij) 소속 여성 조직원들이다. 여성들도 국가 방어에 나설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취지의 행사였다고 한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이란을 위한 희생'이란 행사에 참석한 이란 민병대 바시즈 소속 여성들이 분홍색으로 도색된 미사일 모형을 들고 있다. 사진 X(옛 트위터) 캡처

지난달 19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이란을 위한 희생'이란 행사에 참석한 이란 민병대 바시즈 소속 여성들이 분홍색으로 도색된 미사일 모형을 들고 있다. 사진 X(옛 트위터) 캡처


이란의 분홍 미사일 사진은 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IRGC 텔레그램 채널에 올라온 사진 속 미사일은 분홍색으로 도색돼 있었으며, 표면엔 “혁명적 소녀의 요청에 대한 응답”이라는 검은색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는 “어린 소녀가 분홍색 미사일 발사를 요청했다는 서사를 통해 공격을 감정적이고 대중적인 방식으로 포장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6일(현지시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텔레그램에 올라온 분홍 미사일. 미사일엔 ″혁명적 소녀의 요청에 대한 응답″이란 검은 글귀가 적혀 있다. 사진 X(얫 트위터) 캡처

지난달 6일(현지시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텔레그램에 올라온 분홍 미사일. 미사일엔 ″혁명적 소녀의 요청에 대한 응답″이란 검은 글귀가 적혀 있다. 사진 X(얫 트위터) 캡처


발랄한 색감과 무시무시한 무기의 모순적인 조합은 어떤 의도일까. 단순한 군사 훈련이라기보다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연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분홍색 무기와 장비를 앞세운 장면은 군사적 의미보다 상징성과 시각적 효과를 강조한 선전 성격이 강하다”고 짚었다. 오라 헨델만-바부르 이란 문화·사회 연구학자는 이란인터내셔널에 “폭력을 귀엽게 보이게 하려는 시도이며 젊은 세대에 어필하려는 것”이라며 “전쟁과 미사일을 보다 가볍고 이상적인 방식으로 제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아바시 로크니 이란 대중문화 전문가도 “이러한 사진은 SNS피드, 단체 채팅, 방송과 헤드라인을 채우기 위한 것”이라며 “이란 내부 사람들은 연출과 현실을 구분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를 정상적인 상황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점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이란을 위한 희생'이란 행사에 참석한 민병대 바시즈 소속 여성이 분홍 소총을 들고 있다. 사진 X(옛 트위터) 캡처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이란을 위한 희생'이란 행사에 참석한 민병대 바시즈 소속 여성이 분홍 소총을 들고 있다. 사진 X(옛 트위터) 캡처


여성의 전면 등장 역시 눈에 띄는 변화다. 현지 병역 규정상 여성은 전투 역할에는 제한이 있지만, 바시즈 등 자원 민병 조직에는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일부 여성들이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해 앞머리와 머리카락 일부를 드러내고, 낮게 묶은 포니테일이나 느슨한 웨이브 스타일을 하는 등 비교적 자유로운 모습도 보였다. 통상 모든 머리카락을 가려야 하는 규범과는 다른 연출이다.

이란 민병대 바시즈 소속 여성이 17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최고지도자 지지 집회에서 총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 민병대 바시즈 소속 여성이 17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최고지도자 지지 집회에서 총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라시 아지지 이란 정치분석가는 “이슬람 공화국은 균일한 사회를 지향해왔지만, 이제는 그 이데올로기의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인터내셔널 역시 이를 두고 “미사일과 패션, 전쟁과 대중문화를 결합한 새로운 선전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한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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