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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vs ‘유정 폐쇄’…미·이란, 오일 패닉 속 ‘버티기’ 대결

중앙일보

2026.05.02 15:37 2026.05.0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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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해제·후협상’을 전제로 한 이란의 종전 합의안을 거절하고 이란에 대한 ‘고사 작전’ 방침을 굳힌 가운데 미국과 이란 모두 원유를 둘러싼 압박을 버티는 사실상의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현지시간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 웨스트팜비치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참석자들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AP=연합뉴스

현지시간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 웨스트팜비치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참석자들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해상봉쇄로 원유 수출길이 막힌 이란은 원유 저장고가 한계에 이르러 유정 불능화 가능성을 감수한 원유 감산을 결정할 상황에 몰렸고,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 역시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기 시작했지만 유가 상승을 막기에 한계가 있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호르무즈 개방한 뒤 핵협상”


로이터 통신은 2일(현지시간) 이란의 고위 관리를 인용해 지난달 27일 이란이 미국에 제시한 협상안은 “호르무즈해협 통항을 일단 재개해 종전에 합의한 뒤, 핵문제에 대한 협상을 이어가는 방안”이었다고 보도했다.
현지시간 1일 오만에서 바라본 호르무즈해협에 발이 묶인 선박들의 모습이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현지시간 1일 오만에서 바라본 호르무즈해협에 발이 묶인 선박들의 모습이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의 합의안엔 “이스라엘와 미국이 (이란을) 다시 공격하지 않는다는 보장과 함께 전쟁을 끝내고, 양측이 동시에 호르무즈와 해상 봉쇄를 해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동의할 수 없는 것들을 요구하고 있다”며 협상안을 거부했다. 로이터는 이러한 배경에 대해 “이란은 우라늄 농축 중단에 동의하더라도 평화적 목적의 농축 권리를 인정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활동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레드라인’을 견지하고 있고, 핵 프로그램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할 단계적 합의가 아닌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함한 일괄 타결을 원하고 있다.



원유 생량 축소…중국 등 우회 시장 차단


이런 가운데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미국의 해상봉쇄로 원유 수출길이 막힌 이란의 원유 저장고가 빠르게 차올라 이미 원유 감산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현지시간 1일 레바논 나바티에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지시간 1일 레바논 나바티에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정은 한번 감산하면 산유량을 회복하기 어렵고 경우에 따라 감사 이후엔 유정 자체가 불능화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의 해상봉쇄로 원유를 수출할 수 없게 된 이란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원유 저장탱크가 포화된 뒤에는 결국 유정 불능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협상에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란에 대한 해상봉쇄를 결정한 것 역시 중국 등으로 원유를 수출해 유정을 계속 가동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이란도 원유를 계속 생산하는 기간이 한정돼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며 “다만 고유가로 인한 미국의 고통보다 자신들이 더 오래 버틸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해설했다.

언제 이란의 원유 저장고가 가득차 유정을 강제로 폐쇄하는 ‘탱크 톱’에 도달할지에 대해선 엇갈린 관측이 나온다.
현지시간 2일, 이란 테헤란에서 한 남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호르무즈 해협이 그려진 반미 광고판 근처에서 이란 국기를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지시간 2일, 이란 테헤란에서 한 남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호르무즈 해협이 그려진 반미 광고판 근처에서 이란 국기를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주일 전 “이란의 석유 인프라가 사흘 안에 마비될 것”이라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오히려 JP모건 등에선 이란의 원유 저장 시설이 아직 한달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거란 관측을 내놨다. 반면 트럼프 1기 정부의 해외자산통제국(OFAC)에 근무했던 미아드 말레키는 “과거(1기)에는 유조선, 외국 항구의 도움으로 간신히 탱크 톱을 피했지만 (우회 수출까지 막힌)이번엔 정말로 강제 폐쇄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유가 상승 막기 위한 수단 축소”


유가 부담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유가를 낮추기 위한 대응 수단이 갈수록 제한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보도에서 “유가 급등으로 인한 국민들의 불만이 증폭되는 가운데 유가 안정화를 위한 백악관의 대응 수단이 줄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지시간 1일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세금 감면 관련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현지시간 1일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세금 감면 관련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는 석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지난달 전략 비축유 1억7200만 배럴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또 미국 선박에 미국 항구 간 운송 독점권을 부여하는 존스법에 대한 유예 조치를 90일 연장하는 한편, 러시아산 원유와 관련한 일부 제재를 일시적으로 중단했고, 여름철 고농도 에탄올 혼합 휘발유 판매 제한 규정까지 해제했다.

추가 대응책으로는 연방 정부의 유류세를 폐지하거나 미국산 원유의 수출 금지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전쟁 전 갤런 당 3달러에 미치지 못하던 휘발유 가격은 1일 기준 4.39달러로 치솟았지만, 연방 유류세는 휘발유의 경우 갤런당 18.3센트, 경유는 갤런당 24.3센트에 불과하다. 유류세를 없애도 효과가 제한적일 거란 평가다. 또 미국산 원유의 수출 금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으로 꼽히는 석유업계의 강한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현지시간 1일 워싱턴DC의 한 주요소에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현지시간 1일 워싱턴DC의 한 주요소에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와 가스 가격을 기록적인 속도로 수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췄고, 호르무즈해협의 해상 교통이 정상화되면 에너지 가격은 다시 급락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양측의 협상이 평행선을 그리면서 종전은 물론 호르무즈해협의 개방 시점이 언제가될지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다.



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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