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라이칭더 대만 총통(왼쪽)이 러셀 음미소 들라미니 에스와티니 총리(오른쪽)와 환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일 대만 총통이 아프리카 내 유일 수교국에 기습 방문하고 중국이 반발하면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대만은 지난달 중국이 인접국 영공 통과를 방해하면서 무산됐던 방문을 국왕 전용기를 빌려 성사시켰다. 특히 1일 중국이 53개 아프리카 수교국을 상대로 무관세 정책을 시행한 직후여서 허를 찔린 중국의 보복이 예상된다.
3일 대만 총통부는 전날 라이칭더(賴淸德) 총통이 음스와티 3세 에스와티니(옛 스와질란드) 국왕과 ‘중화민국(대만) 정부와 에스와티니 왕국 정부 간 관세 상호 지원협정’ 서명식을 참관했다고 발표했다. 대만이 관세협정을 공동성명에 앞세워 발표한 것은 지난 1일부터 중국이 53개 아프리카 수교국을 상대로 시행한 무관세 조치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2일(현지시간) 라이칭더(가운데) 대만 총통이 아프리카 유일 수교국인 에스와티니에 도착한 뒤 현지 환영인파에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라이 총통은 2일 0시 37분(현지시간) 툴리실 들라들라 에스와티니 부총리 겸 특사의 특별기에 동승하는 방식으로 순방에 성공했다고 대만 연합보가 보도했다. 옴스와티 3세 소유의 특별기는 과거 대만 중화항공 여객기였으나 2016년 퇴역 후 2년간 개조를 거쳐 2018년부터 에스와티니에서 운항을 시작했다.
2일 라이 총통이 페이스북을 통해 에스와티니 도착을 알리자마자 중국 외교부는 즉각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비밀리에 외국 비행기에 탑승해 대만을 탈출하며 공금을 함부로 낭비했다”며 “‘밀입국식’ 도피 소동을 연출하며 국제적 웃음거리가 됐고 ‘대만독립’ 추태의 목록을 늘렸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천빈화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도 “닭을 훔치고 개를 도둑질하는 방식으로 도망쳐 에스와티니로 갔다”고 했다.
이에 중국 업무를 담당하는 대만 대륙위원회는 “중화민국 총통이 어떤 지역을 가건, 중화인민공화국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며 중국의 비난을 사나운 아낙이 거리에서 마구 욕을 퍼붓는다는 뜻의 성어 발부매가(潑婦罵街)에 비유했다.
대만 언론은 라이 총통의 귀국 방식과 향후 중국군의 군사훈련을 우려했다. 린잉유(林穎佑) 대만 단장(淡江)대 교수는 “중국이 이번 순방을 빌미로 군사훈련을 시행하거나 트럼프·시진핑 회담에서 압력을 행사할지 여부를 주목해야 한다”고 대만 연합보에 지적했다. 황구이보(黃奎博) 대만 정치대 교수는 “라이 총통이 상대국의 특별기를 이용해 방문하고, 특별기로 귀국하려는 것은 매우 창의적 행보”라며 “대만 역사상 총통이 타국 고위관리와 동행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선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 교수는 그러면서 라이 총통의 귀국 방식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