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시민 분향소 등을 찾아가 유가족을 겨냥해 수차례 모욕적인 발언을 한 이모씨에 대해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5단독 박상렬 판사는 지난달 9일 이태원 참사 피해자의 가족인 A씨에게 이씨가 “1000만원의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13일 이씨를 상대로 “5000만원가량을 배상받아야 한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씨는 유가족이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거나 정부 지원 등을 받기 위하여 추모 행위를 하는 것처럼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했다”며 “불법의 중대성, 원고가 겪었을 정신적 피해의 정도, 참사 유가족에 대한 혐오 표현과 2차 가해의 근절 필요성 등을 고려해 위자료 액수를 정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2022년 12월 19일부터 2023년 2월 4일까지 서울 용산구 이태원 광장에 참사 피해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분향소 등을 찾아 4차례에 걸쳐 폭언을 퍼부었다. 당시 그는 본인을 ‘이태원에서 거주하는 주민’이라고 소개하며 유가족들을 향해 “동네에서 시체팔이를 그만하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이외에도 “이들이 유가족이 아니다”라는 허위 정보와 “대통령이 봐주니까 상투 끝까지 오르려고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씨가 이 과정에서 자신의 발언을 널리 전파하려고도 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2022년 12월 27일엔 한 유튜버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도 관련 발언을 했고, 2023년 2월 4일엔 광장 인근에서 마이크를 잡고 큰소리로 떠들었다. 당시 이씨에게 유가족들이 찾아가 “2차 가해를 그만하라”는 취지로 항의했지만 이씨는 이를 무시했다.
이태원 참사 분향소 인근에서 한 시민이 유가족을 향해 폭언을 퍼붓는 모습. 유튜브 캡처
익명을 요구한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과거부터 참사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반복되는 이유는 관련 처벌 수위가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씨는 지난해 4월엔 관련 발언을 한 혐의(명예훼손 및 사자명예훼손죄)로 서울서부지법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미나 국민의힘 창원시의원도 2022년 11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을 겨냥해 “나라 구하다 죽었느냐”는 취지의 막말을 올렸지만, 징역 3개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정부는 대규모 재난·재해 관련 2차 가해에 대해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경찰청은 지난해 7월 2차 가해를 근절하기 위해 전담 수사팀을 꾸렸고, 국가수사본부는 지난달 29일 참사 관련 허위 주장과 유가족 비방글 약 70개를 게시한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을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명예와 인격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는 무관용 원칙으로 책임을 묻을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