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회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골프 규칙상 근거가 없는 '스트로크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가 하루 만에 번복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공식 프로 대회에서 사실상의 '멀리건'이 허용된 셈이다. 우승권에 있던 허인회는 뒤늦게 2타를 추가해 연장 진출이 무산됐다.
사건은 지난 2일 3라운드 7번 홀에서 터졌다. 허인회의 티샷이 오른쪽 OB 구역으로 향하자 포어캐디가 흰 깃발을 들어 OB를 선언했다. 허인회는 잠정구를 쳐 페어웨이로 보낸 뒤 이동했다.
문제는 그 직후 발생했다. 포어캐디가 선의로 OB 구역의 원구를 집어 인플레이 지역으로 옮겨놨다. 직접 OB를 확인하지 못한 허인회는 "이 볼이 OB라는 걸 어떻게 확신하느냐"며 항의했다. 팬클럽과 가족 등 동반 갤러리도 가세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기위원 두 명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치프 레프리까지 투입됐지만 양측 진술이 엇갈리자 결국 황당한 결정이 나왔다. 원구의 스트로크 자체를 취소하고 잠정구로 경기를 이어가라는 지시였다.
스트로크 취소는 사실상 멀리건이다. 공식 대회에서는 퍼팅 볼끼리 충돌하거나, 로컬룰에 따라 송전선을 맞히거나, 볼이 파손되는 등 불가항력적 상황에서만 극히 예외적으로 적용된다. 레프리는 규칙을 적용하는 사람이지 스트로크를 임의로 취소할 권한이 없다. 정상적인 플레이에서 나온 이번 결정은 규칙에도 없는 '공식 1호 멀리건'이었다.
동반 플레이어들이 즉각 항의했지만 경기위원회는 2볼 플레이 등의 절차도 밟지 않고 결정을 강행했다. 그러나 최종 라운드 당일인 3일, 현장을 목격한 새 증인이 나타나 원구가 명백한 OB였다고 증언했다. 대한골프협회(KGA)는 그제야 허인회에게 2타를 더해 판정을 OB로 정정했다.
늑장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판정 번복에 따른 벌타 통보는 최대한 신속해야 한다. 특히 우승 경쟁 중인 선수는 자신의 스코어를 실시간으로 알아야 공격과 수비 전략을 결정할 수 있다. 위원회는 경기가 모두 끝난 뒤에야 허인회에게 통보했다.
허인회는 합계 11언더파로 연장에 합류할 성적을 냈지만, 뒤늦은 2타 추가로 최종 9언더파로 밀려나 대회를 마쳤다. 경기위원 3명이 모여 상의해 내린 결론이 오판이었다. 한국 남자 골프 메이저 대회에서 벌어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