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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공연스레, 괜스레/괜시리

중앙일보

2026.05.03 08:03 2026.05.0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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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괜시리 멀게 느껴지더라.” 흔하게 보고 듣는 ‘괜시리’다. 노랫말에도 보인다. “괜시리 슬퍼지는 이 밤에~.” 노래 때문에 더 익숙한 사람들도 있겠다. 그런데 ‘괜시리’는 표준어가 아니다. ‘괜스레’가 표준어다. 사전적 의미는 “까닭이나 실속이 없는 데가 있게”다. ‘괜스레’를 편하고 쉬운 쪽으로 발음하다 ‘괜시리’가 됐다.

‘괜스레’가 표준어라는 걸 기억하려면 생겨난 과정을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아무 까닭이나 실속이 없다”는 뜻을 가진 말로 ‘공연(空然)하다’가 있다. ‘괜하다’가 같은 뜻을 지녔다. 국어사전들은 ‘공연하다’와 ‘괜하다’를 동의어로 처리해 놓았다. 그렇다면 ‘공연’과 ‘괜’은 같은 뜻?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한데 ‘괜’도, ‘공연’도 홀로 쓰이지 않는다. 어떤 뜻을 지녔다고 말하기 어렵다. 다른 말을 만드는 구실만 할 뿐이다. ‘-하다’와 결합해 “아무 까닭이나 실속이 없다”는 낱말이 된다.

별로 관계없어 보이는 ‘공연’과 ‘괜’이 똑같은 뜻의 말을 만들어내는 이유는 뜻밖이다. 순우리말 같은 ‘괜’은 ‘공연’이 줄어든 형태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줄어든 형태지만 ‘공연’이 만든 말들을 따라가는 것처럼 보인다.

‘공연’에 ‘-히’가 붙어 부사 ‘공연히’가 만들어졌다. ‘공연히’는 줄어 ‘괜히’가 됐다. ‘공연’에 ‘-스럽다’가 붙어 ‘공연스럽다’가 생겨났다. 여기서 부사 ‘공연스레’가 나왔다. ‘공연스레’는 줄어 ‘괜스레’가 됐다. 정리하면 ‘괜스레’는 ‘공연스럽+이→공연스러이→공연스레’를 거친 것이다. 걱정스레, 사랑스레, 새삼스레, 자연스레 등 ‘스레’로 끝나는 말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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