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그룹이 돌려받기를 사실상 포기하고 떠안은 채권(추정손실)이 3조원에 육박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높은 금리와 경영난에 빚을 못 갚은 이들이 늘어난 탓이다.
3일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이 공개한 팩트북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말 추정손실은 2조996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 대비 16.8% 증가했다. 추정손실은 12개월 이상 연체나 부도·파산 등으로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채권으로, 금융권이 실제 떠안아야 할 손실을 의미한다.
금융지주별로 보면 KB금융은 6346억원에서 8072억원으로, 하나금융은 3860억원에서 5030억원으로 늘었다. 우리금융도 7350억원에서 8260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신한금융은 1조769억원에서 8601억원으로 줄었는데, 상각 등을 통해 부실자산을 미리 정리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대출채권은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로 분류된다. 이번 통계는 부실이 최종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상환 능력이 빠르게 약화했다. 그동안 연체 상태로 버티던 차주들이 더는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빚 갚기를 포기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연체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채 폐업에 이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법원통계월보를 보면 올 1∼2월 법인 파산 신청은 372건에 이른다. 같은 기간 2020년 151건, 2021년 129건, 2022년 135건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기업들의 자금 사정도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한국은행에서 집계한 전국 어음 부도율(금액 기준, 전자결제분 제외)은 지난해 12월 0.04%에서 올해 1월 0.05%, 2월 0.08%, 3월 0.12%로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불과 두 달 만에 세 배로 뛰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 1분기 말 연체율은 평균 0.40%로 전 분기(0.34%)보다 0.06%포인트 뛰었다. 가계 연체율은 0.32%, 중소기업은 0.57%로 주요 부문 전반에서 오름세다.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1분기 0.37%로 전 분기 대비 0.04%포인트 상승했다.
전망도 밝지 않다.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는 이미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장기화한 고금리 부담으로 과거 저금리 시기에 대출을 받았던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상환 능력이 빠르게 약화하고 있다”며 “금융권의 건전성 관리 부담은 당분간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