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장수의 나라로 불리는 일본 식품업계에 역설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최근 시장의 화두는 ‘건강’이 아닌 ‘죄악감’이다. 저칼로리·저염식이라는 기존 공식을 뒤집고, 칼로리와 자극을 극대화한 이른바 ‘길티(Guilty) 식품’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관련 시장 규모는 약 4조1000억 엔으로, 헬스케어 시장(2조8000억 엔)을 훌쩍 넘어섰다. 팬데믹 시기 억눌린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해소하려는 ‘보상 소비’ 심리가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배덕(背德)의 맛’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산토리가 최근 출시한 탄산음료 ‘NOPE(놉)’이 대표적인 사례다. “몸에 나쁜 것은 거절한다”는 기존 관념을 비웃듯, 99가지 이상의 풍미와 강렬한 탄산을 조합해 극강의 자극을 선사한다. 출시 일주일 만에 2000만 병이 팔리며 기세를 올린 이 제품은 연간 2억4000만 병 판매라는 파격적인 목표를 내세웠다.
편의점 훼미리마트는 ‘배덕의 미식’ 시리즈를 통해 볶음밥 위에 마요네즈를 통째로 붓거나, 치즈를 겹겹이 쌓은 샌드위치 등 이전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조합을 선보였다. 지방과 설탕, 마늘 등 본능을 자극하는 재료를 아낌없이 넣어 예상 매출의 2배를 웃도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젊은이들은 돼지기름을 듬뿍 얹은 라멘부터 버터 범벅 디저트까지 유행을 확산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일종의 ‘심리적 분출구’로 분석한다. 엄격한 규범과 자기관리 속에서 쌓인 긴장을 의도적인 일탈로 해소하며, 금기를 넘어서는 찰나의 행위에서 해방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절제가 미덕인 사회일수록 반작용은 강렬하게 나타난다.
일본의 ‘길티 식품’ 열풍은 미래의 건강보다 현재의 확실한 위안을 택할 수밖에 없는 시대의 자화상이다. 고단한 일상 속에서 혀끝의 위안을 갈망하는 현대인의 서글픈 저항이 식탁 위에서 펼쳐지고 있다.